벼락거지·청포·패닉바잉·영끌…사회 잠식한 '부동산 블루'

거듭된 정책 실패에 세대·계층 초월해 박탈감↑

"정치적 신념 떠나 시장 목소리 귀 기울여야"

 

"청약이 되긴 합니까? 지금이라도 영끌해서 사는 게 낫겠죠? 요새 잠도 안 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조차 못 잡고 있습니다."(30대 직장인)

"뉴스에서 부동산 얘기가 나오면 남편하고 서로 눈치 봐요. 처음엔 서로 왜 안 샀냐며 싸우다가 이젠 지쳐서 자포자기 했어요."(40대 주부)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 부동산 문제를 고민하는 내용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집값이 1년 넘게 천정부지 치솟으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등한 부동산에 무주택자와 1주택자, 실수요자까지 모두가 박탈감을 느끼는 '부동산 블루'(우울증)이 퍼지는 모습이다.

10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부동산 블루를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자신을 30대 초반이라고 소개한 A씨는 "친구는 결혼해서 재작년에 서울 아파트를 영끌로 들어가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데, 무리해서 구축이라도 샀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고 뒤쳐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여태껏 부동산에 대해 별로 고민이 없었는데,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벼락거지가 된 것 같아 암울하다. 그동안 몰랐던 자신에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청약과 매매 사이에서 고민하는 30대라고 밝힌 B씨는 "친구들보다 1~2년 늦게 취직해서 결과적으로 부동산 상승 혜택을 하나도 못 누렸다"며 "시드머니(종잣돈)가 1억원 정도 마련돼서 이리저리 알아보니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청약은 가점과 경쟁률을 보면 답도 없고, 추첨제는 운에만 기대야 한다. 기껏 모은 1억원으로는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에 청약이 되더라도 자금이 어림도 없더라"며 "무주택 자격을 포기하고 차라리 4~5년간 빌라와 오피스텔 경매로 현금을 마련하는 게 나은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십수년을 청약가점을 쌓으며 버텨왔다는 40대 C씨는 추첨제에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그는 "10년 넘게 청약 통장에 돈 부어가며 가점 차근차근 쌓으면서 모았더니, 추첨제가 생겨서 가점 물량을 잡아먹었다"며 "가뜩이나 바늘구멍 같은 가점제에서 덜컥 추첨제 물량을 빼가면 지금껏 꾸준히 노력한 사람은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 단지. © News1 구윤성 기자


특히 부동산 블루는 무주택자 만의 문제가 아니다. 50대 1주택자인 D씨는 '갈아타기' 문제로 몇 달째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애들이 커가니 평수를 넓히고 싶은데, 몇 년 새 폭등하면서 준비하던 자금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살던 집 때문에 대출도 어렵고, 공시가격에 양도세까지 올려서 세금 부담만 커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갈아타기에 대한 정책이 나올 때까지 강제로 버티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강서구 구축 아파트를 '영끌'해 구매했다는 E씨도 "집값이 올라 '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그는 "몇 년 있으면 30년을 넘기는 복도식 24평 아파트는 거쳐 가는 곳이여야만 하는데, 지금 같은 상승장에서는 갈아타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며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평생 지금 산 집에서 못 벗어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거듭된 정책 실패와 그에 대한 고집이 총체적 난국을 불러왔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시장과 전문가의 경고를 듣지 않고 정치적 신념과 논리로만 접근하니 문제가 커졌다"면서 "지금이라도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이번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는 백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세대, 모든 계층에서 주택 투자 과열 양상이 나타난다"라며 "주택 가격이 오르는데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사회적 박탈감과 낙오감이 커지고, 이는 곧 '영끌'과 '패닉바잉'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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