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명분은 '코로나 위기'…"국가 경제 고려했다"

박범계 "가석방 확대·교정시설 포화"로 시비 차단

민변 "사회적 특수계급에 대한 불공정 특혜" 비판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수감 7개월만에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론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계의 특별사면 요구를 받아온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법무부장관이 권한을 가진 가석방 카드로 논란을 줄이려는 모양새도 취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가석방심사위 종료 후 법무부 청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하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경제적 위상과 글로벌 영향력을 감안할 때 가석방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가 경제 위기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환경 급변 등이 가석방의 가장 큰 명분이 됐다. 글로벌 제약사와 네트워킹이 가능한 이 부회장을 사면해 백신 확보전에 구원투수로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4월에 국내 경제5단체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며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세계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6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도 "고충을 이해한다"고 응답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정치권도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거론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삼성전자를 방문한 자리에서 직접 가석방 가능성을 밝히며 운을 띄웠다.

이날 박범계 장관은 경제위기론 뿐 아니라 모범수인 이 부회장의 수용생활과 사회적 법감정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 부회장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또 특혜 논란을 의식한듯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석방 심사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가석방을 늘리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전국 수용시설 평균 수용률은 110%, 수원구치소는 130%에 달한다. 박 장관은 현재 교정시설이 감당하기 어려운 포화상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는 장관 취임 후 가석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약속했다"며 "이번 가석방도 경제상황 극복에 도움을 주고 감염병에 취약한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가석방 결과를 설명하고 유튜브로 생중계한 방식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를두고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특혜 시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회계부정·불법합병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어 재수감 가능성이 있다. 이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특혜라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박현주 법무부 대변인은 이날 "과거 다른 사건으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상황에서 가석방된 사례가 있는지 질문이 있었는데 추가 사건 진행 중 가석방이 허가된 인원은 2020년 기준 67명이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형기 70%를 다 채우지 못한 가석방자 현황에 대해서도 "최근 3년간 평균 70% 미만자는 244명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답했다.

법무부의 해명에도 특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회장 김도형)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사회적 특수계급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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