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해적선이?…10년 넘게 부산항 맴도는 이 배의 정체는

해적선 테마 부산항 명물 '누리마루호' 수년째 표류

"항만 정보습득·선상휴게장소 등으로 활용 계획"

 

부산지역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출항했던 '누리마루호'가 수년째 부산항에서 표류 중이다.  

9일 오전 부산항. 해적선처럼 보이는 큰 돛단배가 눈에 들어왔다. 돛은 내려져 있고 외관은 상당시간 운항을 중지한 것처럼 보였지만, 웅장하고 이색적인 선체가 매력적이었다. 선미를 보고서야 이 배가 '누리마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리마루호'는 2009년 12월22일 첫 항해를 시작, 당시 국내에서 해적선을 테마로 한 유럽풍 범선 형태의 여객선으로는 최초로 도입되면서 관광객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선사인 일신하이텍㈜은 다양한 테마의 관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당시 '부산 연안 크루즈'의 격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연안 크루즈선들과 달리 돛을 함께 사용해 낭만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한때 명실상부 부산의 명물 유람선으로 알려졌지만, 시민들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다.

운항 당시 누리마루호.© 뉴스1


첫 출항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았던 '누리마루'가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시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당시 경영악화 때문에 휴업에 들어갔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선주측은 당시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뒤 그 여파로 여객선과 관련 선박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2015년께 선사가 자진 운항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선사인 일신하이텍 관계자는 "강화된 규제 속에서 버텨낼 수 없어 고민 끝에 사업을 포기했다"며 "선박감독제도를 비롯해 날씨 상황에 따른 운항여부 등 당시 규제가 굉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규제 내용 중 선령제한이 있었는데, 누리마루호도 선령이 오래됐기 때문에 규제대상이었다. 하지만 기존 운항하던 선박에 대해서는 7년간 연장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당시 누리마루는 계속해서 운항할 수 있었지만, 강화된 규제때문에 결국 운항을 접었다"고 말했다.  

한때 부산항 일대 바다를 누비며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던 '누리마루호'가 현재는 계륵같은 존재로 수년째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부산항에 접안 중인 누리마루호.2021.8.10© 뉴스1 손연우기자


선주는 이색적인 선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다시한번 부산의 이색 명물로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는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선주는 '누리마루호'를 부산 항만관련 정보습득을 위한 공간이나 선상휴게장소 등으로 만들 계획인데, 2017년 부산항만공사와 이에 대해 한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무산됐다.

현재는 '누리마루호'를 인근 수미르공원으로 옮겨 계획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북항재개발추진단과 협의 중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누리마루호'는 이르면 올해 말께 수미르공원 공사 완료 시점에 맞춰 공원 내에 자리잡게 된다.

'누리마루' 선주는 "현재는 북항재개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조만간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마루호'는 17세기 중반의 네덜란드 범선 형태를 복원한 크루즈 유람선으로, 강철로 만들어진 선체에 엔진을 탑재해 총톤수 358톤, 마스터를 포함해 길이가 60미터에 달한다.

총 3층 규모로, 2층에서는 실내 공간에서 창문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고 3층은 선상웨딩, 선상 세미나를 겸비한 파티를 비롯해 선상재즈카페, 세미나, 워크숍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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