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시행 1년…"전세살이, 나아졌나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세난 심화
내년 7월부터 갱신계약 종료…전셋값 추가 상승 우려
 
"강력한 규제로 집주인을 옥죄는 만큼 세입자의 고통도 늘어날 겁니다."

지난해 7월 임대차3법 시행을 앞두고 기자를 만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렇게 예측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이러한 예측이 빗나가길 바랐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괜한 기대를 했구나'하는 실망감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오늘(31일)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을 맞았습니다. 임대차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위한 법안은 지난해 7월30일 국회 문턱을 넘은 뒤, 다음 날부터 전격 시행됐습니다. 나머지 전·월세신고제는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고요. 전·월세 계약 기간을 늘리고, 가격 상승에 제한을 둬서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겁니다.

1년 새 여러분의 전세살이는 좀 나아졌나요? 시장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규제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줄면서 가격은 오르는 등 우려했던 부작용이 현실화됐기 때문이죠. 비싼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뒤로 미룬 채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 입장에선 답답할 따름입니다.

실제로 각종 지표에서도 '경고음'이 나옵니다. 우선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는데요. 부동산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269건으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31일(3만8427건)보다 47.2%(1만8158건) 급감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많은 집주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저금리 기조에서 추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수익 측면에서 전세보다 월세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해서죠. 아예 공실로 두거나 집주인 또는 그의 가족이 거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계약갱신이 늘어난 것도 신규물량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이 전셋값은 무섭게 올랐습니다.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매물은 부족한 탓입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에서 이달 6억3483만원으로 27.2%(1억3561만원) 올랐는데요. 직전 1년간 7.7%(3568만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 속도는 더욱 더 가팔라졌습니다.

최근 전셋값은 신규계약을 중심으로 크게 뛰고 있습니다. 신규게약은 갱신계약과 달리 임대료 인상폭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집주인들은 최대 4년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면서 신규계약 때 미리 전셋값을 높게 책정하는 것입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신규계약과 갱신계약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찬스'를 사용하신 세입자라면 1년 뒤부터 해당 계약이 종료됩니다. 새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매물은 찾기부터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겨우 전셋집을 찾더라도 상상 이상의 임대료로 걱정하시는 분들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했을까요. 최근 여당에선 신규계약에 대해서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나섰습니다. 신규계약의 임대료 인상도 갱신계약과 마찬가지로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또다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매물 잠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 다수입니다. 마치 1년 전 오늘이 되돌아온 듯한 '데자뷔'가 느껴집니다.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최근 1년간 경험을 비춰보면 당장의 추가 규제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현재 시장 상황부터 정확하게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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