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왕좌' 쿠팡에 도전장…네이버式 풀필먼트, 어떻게 다를까

네이버, 쿠팡 '단일 물류체계' 맞서 CJ대한통운 등 7개 물류기업과 연합체계 구축

주문마감시간 오후 '3시→12시' 여유…美 쇼피파이·中 알리바바 등 해외선 이미 대세

 

네이버가 '물류동맹'을 맺고, 자체 물류인프라를 구축해 국내 풀필먼트업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쿠팡에 도전장을 냈다. 

자체 물류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풀필먼트 후발주자인 네이버의 '비밀병기'는 뭘까. 

◇네이버, '동맹' 물류기업과 통합관리 플랫폼 'NFA' 오픈…어떻게 달라지나

우선 네이버는 '동맹 전략'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적으로 플필먼트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기존 강자들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7개 풀필먼트 기업(CJ대한통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과 손잡고 데이터 기반 통합 물류관리 플랫폼인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열었다고 13일 밝혔다.

NFA는 네이버의 최대 커머스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SME)에 제공된다. 풀필먼트기업 간 연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물류 데이터 분석, 사업자별 물류 수요예측 등의 기능을 아우르는 서비스다. 네이버의 '기술력'과 누적된 소상공인 '데이터'가 '플필먼트 신예' NFA의 비밀병기다.

네이버는 NFA를 통해 풀필먼트 분야뿐 아니라 택배, 프리미엄 배송, 도심 근거리 물류창고 등 다양한 물류 분야의 플레이어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이들이 45만 스마트스토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기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NFA에 참여한 동맹 기업도 더 늘릴 계획이다. 

판매자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사용하면 포장, 배송, 재고 관리뿐 아니라 불량품 검수, 반품 처리, 사용자 CS 등 물류 전반에 대한 리소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네이버와 CJ대한통이 추진해온 e-풀필먼트 서비스 범위가 기존보다 확대되는 것이다. 예컨대 네이버는 지난해 4월 e-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해 다음날 배송을 받기 위해선 오후 3시까지 마무리해야 했던 주문 마감을, 밤 12시로 대폭 늘렸다.

소비자는 더 여유롭게 주문을 해도 기존과 동일하게 다음날 배송을 받을 수 있고,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소상공인들은 3시까지 주문을 받은 뒤 배송차에 싣기까지 급박하게 이뤄져야 했던 포장과 분류 작업에 여유가 생기된다. 또 주문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일 주문량도 증가하게 돼 스마트스토어 입점 상인들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퀵배송, 택배 등 다양한 물류 기반 업체들과도 협업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뉴스1


◇연합 물류 구축하는 네이버, 美 쇼피파이式 시스템 지향

네이버가 풀필먼트 사업 관련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네이버가 미국의 쇼피파이식(式) 풀필먼트 시스템을 갖추려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쇼피파이의 사례를 통해 네이버가 앞으로 갈 방향을 일정 부분 가늠할 수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 커머스 시장에서 다양성 모델을 지향해온 만큼 아마존이나 쿠팡식 직매입 시스템보다는 연합 체제를 이용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피파이는 판매자들에게 독자적으로 쇼핑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2019년 '쇼피파이 쉬핑'(shoplify shipping)을 통해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이후에는 쇼피파이 풀필먼트 네트워크(Shopify Fulfillment Network)를 통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도입해 물류 솔루션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직매입 구조 기반으로, 자사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직접 풀필먼트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아마존과 달리 쇼피파이는 USPS, UPS, DHL 같은 배송 업체들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의 3PL 업체들과도 물류 연합 체계를 형성하는 네트워크 기반의 풀필먼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상황을 비유하면 쿠팡이 아마존, 네이버가 쇼피파이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판매자들은 쇼피파이 풀필먼트 네트워크에서 상품과 수량을 기입만 하면 바로 견적을 받고 업체와 연결된다. 쇼피파이가 판매자들에게 최적의 센터와 배송 업체를 연결해주면, 보관, 포장, 발송을 3PL 업체들이, 최종 라스트마일 영역은 배송 업체들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쇼피파이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는 2일 내 배송이 가능해지고, 99.5% 이상의 배송률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보다 넓은 미국의 배송 범위를 고려하면 2일 내 배송은 획기적일 수밖에 없다.

쇼피파이보다 한 발 앞선 것은 중국 알리바바가 2013년 만든 물류 데이터 플랫폼 차이니아오다. 타오바오와 티몰 등의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알리바바 역시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이 직접 물류에 뛰어들기보다는 쇼피파이나 네이버의 방식처럼 기존 업체들과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고객으로부터 판매자에게 주문이 들어오면 차이니아오에 등록된 수 천개의 업체 중 최적의 경로와 역량을 갖춘 업체를 선정해 물량을 배분하고, 주문 이후의 모든 과정들은 물류 업체들이 맡는 방식이다.

택배나 풀필먼트 사 들이 각기 다른 시스템을 차이니아오의 플랫폼에 통합해 주문과 재고, 배송 등의 데이터를 연동하면, 플랫폼은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가장 빠른 속도로 수많은 물량의 주문부터 처리할 수 있고, 판매자들이나 소비자 모두 배송 현황을 쉽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알리바바가 광군제의 대규모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차이니아오 덕분이다. 차이니아오는 중국의 물동량 전체의 50% 이상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네이버 NFA방식, '상생' 전략…판매자 물류 접근성 높여 성장기회 제공"

네이버가 물류 연합 체계 형성을 통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경은 결국에는 판매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면서 '상생'도 가능하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나 쇼피파이, 차이니아오가 구축한 네트워크 기반의 물류 플랫폼은 판매자에 따라 다양한 물류 방식을 다르게 제공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 또 소형 셀러들을 대상으로 하는 풀필먼트 전문 업체들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풀필먼트 기반 스타트업에게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된다.

반면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이 일방적인 직매입 방식은 사업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플랫폼이 상품을 매입한 구조이기 때문에 상품의 소유권도 플랫폼이 갖고 있게돼 상품의 입고, 재고관리 및 발주 등도 모두 플랫폼이 결정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이미 배송, 물류, 택배 등 기존의 플레이어들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판매자 물류 고민을 덜어주는 네트워크 기반의 물류 데이터 플랫폼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매입부터 배송까지 모두 전담하는 아마존 방식과는 차별화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의 NFA와 같은 방식은 판매자의 물류 접근성을 높이고, 물류 스타트업들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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