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국어·영어도 약세 지속…"상위권 이과 쏠림 심화"

종로학원, 올해 3차례 모평 표본조사…국·수·영 모두 이과 강세

평가원, 선택과목별 세부정보 비공개 방침…"진학지도 어려움"

 

문·이과 통합형으로 개편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치러진 3차례 모의고사에서 이과생이 문과생과 비교해 수학뿐 아니라 국어·영어에서도 모두 우위를 보였다는 입시업체 분석이 나왔다.

상위권 수험생의 이과 쏠림이 심화하면서 발생한 문·이과 학력 격차가 통합형 수능 도입을 계기로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시·도교육청 주관 3월·4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와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모평) 수험생 성적을 표본조사해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차례 모의고사에서 모두 국어·수학·영어 1~2등급 수험생 가운데 이과생 비율이 높았다.

3월 학평에 응시한 7288명, 4월 학평에 응시한 2233명, 6월 모평에 응시한 5339명의 실제 성적을 분석한 결과다.

수학의 경우 문·이과 격차가 극심했다. 선택과목으로 문과생은 '확률과통계', 이과생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고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과생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6월 모의평가 수학 1등급을 받은 수험생 가운데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95.7%를 차지했다.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은 4.3%에 그쳤다. 2등급을 받은 수험생 중에서도 확률과통계를 고른 경우는 26.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1등급 수험생 중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비율이 3월 학평에서는 9.1%, 4월 학평에서는 13.0%로 조사됐는데 이와 비교해 6월 모평에서 더 쪼그라든 것이다.

이과생 강세는 다른 과목에서도 이어졌다. 탐구영역에서 '과학탐구'를 선택한 이과생이 '사회탐구'를 고른 문과생과 비교해 국어·영어에서도 상위 등급을 받아간 비율이 더 높았다.

국어의 경우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중 이과생은 62.5%, 문과생은 37.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등급 수험생 중에서도 이과생이 52.9%를 차지해 더 많았다.

앞선 모의고사 결과도 비슷하다. 국어 1등급 수험생 이과생 비율은 3월 학평에서는 62.1%, 4월 학평에서는 68.0%로 각각 조사됐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 뉴스1


절대평가로 치러져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을 받는 영어에서도 상위 등급을 받은 수험생 중 이과생 비율이 더 높았다.

영어 1등급 수험생 가운데 이과생 비율은 3월 학평에서 60.8%, 4월 학평에서 73.3%로 각각 나타났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54.8%로 나타나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이과생이 우위를 보이는 것에는 변함없는 상황이다.

영어 2등급 수험생을 봐도 이과생 비율이 3월 학평 56.5%, 4월 학평 60.4%, 6월 모평 53.8% 등으로 조사돼 이과생 강세가 이어졌다.

수험생 숫자만 놓고 보면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많은데 주요 과목에서 상위 등급을 가져간 비율은 이과생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월 모의평가 기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모두 선택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체 응시자 가운데 문과생(사회탐구 선택)은 53.1%, 이과생(과학탐구 선택)은 46.9%를 각각 차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학에서 이과생 강세는 예견된 결과였지만 국어와 영어에서도 이과생이 우위를 보인다는 것이 통합형 수능 도입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며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구열이 높은 지역 고등학교를 보면 이과반 비율이 60~70%를 차지하지만 반대로 학구열이 떨어지는 지역의 경우 이과반 비율이 20%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며 "전문직 선호가 강해지고 인문계열은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초등학교부터 수학·과학 등 자연계열 진학을 위한 학습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평가원이 선택과목별 평균점수와 표준점수, 선택과목별 공통과목 평균점수와 표준점수 등 6월 모의평가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문과생과 이과생의 성적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원은 세부 정보를 공개할 경우 오히려 수험생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비공개 방침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수능 체제가 개편된 상황에서 진학지도에 활용할 정보가 부족해 오히려 혼란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소속 백상민 경북 경산 문명고 교사는 "통합형 수능 도입으로 문과생이 대입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진 데다 수능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인데도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현실적인 조언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 대표는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해야하는데 막연하게 '열심히 공부하라'는 이야기만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평가원에서 수험생들이 대입·학습 전략을 세울 최소한의 단서는 제공해야 수험생 불안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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