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가구' 사전청약에 이사행렬…전세불안 이어진다

지난해 5월 사전청약 발표 이후 수도권 전셋값 '급등'
전문가 "실거주 의무 등 규제 완화로 전세물량 확보해야"
 
#. 경기 하남시 덕풍동에 위치한 '하남자이' 전용면적 84.99㎡는 지난 5월 4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마쳤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 같은 면적이 3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40%(1억4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세 문의가 크게 늘었지만,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3기 신도시 등에서 3만 가구 넘는 사전청약이 시작되면서 수도권 전세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선공급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거주의무기간을 채우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5월 사전청약을 발표한 이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5·6 공급대책' 발표 당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일부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해 사전청약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사전청약 제도는 아파트 청약을 본 청약보다 1~2년 앞당겨 시행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3기 신도시 등에서 총 3만200가구의 사전청약을 실시한다. 7월 인천계양(1050가구) 등 4400가구를 시작으로, 10월 남양주왕숙2(1400가구) 등 9100가구, 11월 하남교산(1000가구) 등 4100가구, 12월 부천대장(1900가구) 등 1만2600가구 등이 해당된다.

사전청약이 예고된 지역의 전셋값은 최근 1년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면 경기 하남시의 3.3㎡당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6월 1326만6,600원에서 지난달 1862만1900원으로 40.4% 뛰었다. 같은 기간 남양주시는 854만400원에서 1219만6,800원(42.8%), 부천시는 1010만4600원에서 1233만5,400원(22.1%)으로 각각 상승했다.

사전청약 물량을 노린 실수요자가 해당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전셋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청약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수도권 등 해당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지역에 따라 본청약까지 6개월~2년의 거주의무 기간을 채우면 우선공급을 받을 수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상당 기간 전세 시장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사전청약을 이후 입주까지는 최소 4~5년이 걸리는데, 당첨자는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전세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전청약으로 일부 매수심리가 꺾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주택 임대시장으로 수요가 전환돼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역효과도 있다"며 "내년 사전청약 물량을 노린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요 지역에 대한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과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정부 정책으로 전세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110.4)보다 0.2포인트(p) 상승한 110.6으로 15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도 같은 기간 112.1에서 113.1로 1p 올랐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로 나타나는데, 100을 넘을수록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 강화도 전세 매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주택에 대해 준공 이후 최대 5년의 실거주 의무를 부여했다. 이 기간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들이 입주하면서 전세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규제를 완화해 단기간 전세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어 전세 매물은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며 "보유세 부담을 낮춰 전세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사전청약 이후 입주까지 단기간 전세 수요가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실거주 의무 등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숨통을 틔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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