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고평가 논란…"글로벌 1위 게임 IP" vs "올드 히트작 1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주인공 크래프톤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크래프톤 측에 높은 공모가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크래프톤의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점과 크래프톤의 종속회사인 펍지 스튜디오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에 매출이 편중된 점을 지적하며 회사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급제동에도 크래프톤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크래프톤 IPO를 두고 "국내 게임업 투자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정말 지나치게 고평가됐을까.

◇中·美 이용자 사로잡은 유일한 IP '배틀그라운드'

지난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업계의 판도를 바꾼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 중 1명만 살아남는 경쟁 콘텐츠로 게임 역사상 '중국'과 '미국'에서 히트한 유일한 지식재산권(IP)이다.

배틀그라운드 PC·콘솔 게임은 현재까지 7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회사가 지난 2018년 선보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출시 3년째인 지난 4월 글로벌 다운로드 수 10억건을 돌파했다.

글로벌 성공신화를 쓴 크래프톤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소식은 국내·외 투자업계에 기대감을 안겼다. 크래프톤이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해외에 배정된 물량은 전체 공모물량의 절반 이상(55%)으로, 카카오뱅크가 해외에 배정한 물량(48%)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공모가 희망 밴드를 45만8000원~55만7000원(액면가 100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른 예상 공모 규모는 5조6000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주가수익비율(PER) 45배를 적용해 3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소위 '3N'으로 구분되는 넥슨(약 22조2827억원), 엔씨소프트(18조462억원), 넷마블(11조4748억원)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원게임 리스크' 우려 여전…"고평가" 시각도 존재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과 비교해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도 이를 이유로 증권신고서에 대해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이 기업가치 산정 기준을 위해 선정한 비교 대상 기업도 논란이 됐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비교 대상 기업으로 국내·외 게임사와 월트디즈니, 워너뮤직 등을 명단에 올렸다. 크래프톤 매출의 과반수가 모바일 게임에서 나오는 만큼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의 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크래프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시각도 상존한다. 크래프톤의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610억원, 영업이익 22272억원, 당기순이익 1940억원이었다. 해외매출은 4390억원으로 94%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크래프톤의 1분기 지역별 매출은 한국 261억원, 아시아 4029억원, 북미·유럽 233억원, 기타 86억원이다. 한국과 기타 매출은 증가했지만 아시아 매출은 13.5%, 북미 매출은 24.6% 감소했다. 북미·유럽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투자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는 단일 히트게임이자 중국 내 인기 IP이지만 '최신' IP라고 보기 어렵다"며 "최근 콘솔게임을 즐기는 북미·유럽에서 크래프톤 매출이 줄고 있는데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몸집을 키워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 이용화면 예시 (크래프톤 제공) © 뉴스1


◇"글로벌에서 가장 성공한 IP 경쟁력…원게임 우려 상쇄"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에서 가장 성공한 단일 IP인 만큼 이번 IPO가 흥행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상장한 여타의 게임회사들을 보면 하나의 히트작으로도 상당히 롱런하며 수익성을 내다, 다른 히트작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도 많았다"며 "크래프톤의 가장 큰 강점은 히트작과 더불어 좋은 게임 스튜디오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월트디즈니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통해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 IP를 를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 크래프톤은 지난 26일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인 '펍지 유니버스'를 담은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했다. 크래프톤 측은 "펍지 유니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다양한 콘텐츠를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순차적으로 공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테이트' 및 '더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크래프톤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는 점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인도 시장 재도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는 미국 오픈테스트를 통해 성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글로벌 사전 등록자 수는 1700만명을 돌파하며 3분기 정식 출시까지 30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2022년 출시 예정인 PC·콘솔 기반의 SF게임인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내년 매출액은 2452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편 크래프톤은 이번 주 중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고 IPO 일정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 주관사 관계자는 지난 28일 "이번 주 중 금융감독원의 요구를 반영해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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