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합의 다 안먹혔다"…징역 3년 선고에 오거돈 '눈물'

법원 "강제추행치상 인정…범행과 인과관계 있다"

"경도치매, 범행 영향 줄 인지능력 장애라 볼 수 없다"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징역 3년형에 처해졌다. 사퇴 1년 2개월여 만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재판부가 자신의 범행에 대해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라고 꾸짖자 실형을 예감한 듯 눈물을 흘렸다.

◇"거듭 죄송"…법원은 징역 3년에 법정구속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20분께 법원 1층에 도착해 변호인 2명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재판이 열리는 3층으로 이동했다.

선고 공판장인 301호 법정 앞에서 오 전 시장은 "거듭거듭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어 오전 10시30분부터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류승우)는 오 전 시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부하직원 두명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 강제추행치상과 미수, 무고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유죄 선고에 오 전 시장은 눈물을 흘리고 몸을 가누지 못 해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2021.6.2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핵심 쟁점 '강제추행치상' 혐의 인정

재판부는 형량 요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인정했다.

강제추행치상 혐의가 인정될 경우 법정형이 강간치상 등과 같아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이 선고될 수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더라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를 비춰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오 전 시장은 우발적인 '기습추행'이었다며 '범행과 피해자가 현재 앓고 있는 정신 장애와의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예견할 수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이 '경도 치매'를 앓고 있다는 주장도 "범행에 영향을 줄 인지능력 장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전 시장이 피해자들과 줄곧 시도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부분도 양형 요소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4월23일 오전 부산시청 9층에서 부산시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부산시장직을 사퇴하면서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0.4.2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법원, 권력형 성범죄에 유죄 판결로 '경종'

재판부는 이날 오 전 시장의 범행을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범행장소가 관용차량과 집무실이고 피해자들은 공무원으로서 범행 당시 자신의 업무 수행을 위해 각 업무 장소에 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중 한명은 범행에 적극 항의하지 못 하고 스스로 사직했고 다른 피해자는 자유 의사가 제한되는 일련의 행위가 진행되는 동안 전혀 대응하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또 "권력에는 언제나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며 "부산시장직을 맡았던 오 전 시장도 더 높은 책임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이 과거 해양수산부 장관과 대학 총장을 역임한 사실도 언급하며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28일 부산 동래구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오거돈 1심 선고를 앞둔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2021.6.28/뉴스1 노경민 기자©


◇관련단체와 지역사회는 징역 3년으로 '부족'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재판이 끝난 뒤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자의 죄를 더 엄중히 묻지 못했다"고 항소 계획을 밝혔다.

공대위는 "오늘의 판결은 권력형 성폭력을 뿌리 뽑고 성평등한 세상을 앞당기는데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를 외쳤던 우리들과 전국민의 서명, 탄원서, 1인 시위, 기자회견을 거쳐온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혐의가 모두 인정됐고 피해자가 2명이나 되는데도 징역 3년에 불과했다"며 "재판부가 여전히 위계를 가진 가해자에게 마음씨가 넓다"고 꼬집었다.

또 "오 전 시장 측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시도하고, 치매를 주장하는 등 2차 가해로 깊어진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하구 주민 이모씨(29)는 "부산시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음에도 고작 3년을 받다니 황당하다"며 "혹시나 오거돈이 감옥에서 황제노역을 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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