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교착 장기화에 '남북미중' 4자 회담론…현실성 있나?

정성장 "북미 양자 접근은 이미 실패…반복해선 안돼"

미중 예외적 협력 가능성…"개입 원치 않을 것" 반론도

 

북한과 미국 양측이 대화 재개의 '공'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미중 4자회담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여파가 현재까지 지속되는 만큼 과거 실패한 협상의 틀을 고집할 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다자회담을 추진하는 게 비핵화 협상 재개의 해법이 될 수 있단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9일 "남북한과 북미 간 대화가 꽉 막힌 상황에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의 전철을 반복하는 건 비현실적인 접근"이라며 4자회담을 제안했다.

올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후 3개월 만에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란 내건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놨다. 미 정부는 그간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은 물론, 정책 완성 이후에도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상황이다.

최근 방한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조건 없는 대화'에 북한이 호응하길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2~23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잇단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만남을 생각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미국의 '조건 없은 만남' 제의에 불응하며 '선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란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재 미 당국자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양보'란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김 대표는 방한 중이던 지난 22일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외교적 인센티브'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북한의 큰 무력 도발이 없는 한 일단 지켜보겠다'는 기조가 강했다고 한다.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이에 대해 정 센터장은 "북미 간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며 "북한은 지금 미국을 만날 생각이 없고, 미국도 '선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4자회담이 실현 가능한 대안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1990년대 말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4자회담이 열린 적이 있긴 하지만,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하며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간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북핵 문제를 예외적 협력의 공간으로 둘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센터장은 "90년대 말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악화된 북중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의 협조를 외면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미국만 상대하려 했다"며 "당시엔 중국이 4자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전혀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금은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높아졌기에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정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대화 요구는 거부할 수 있어도 중국이 그런 요구를 한다면 계속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센터장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중국도 미국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걸 막으려 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에 영향력을 가진 싱크탱크들도 4자회담 아이디어에 '절대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 센터장은 "남은 건 우리나라와 미국의 의지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그 필요성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미국을 설득한다면 4자회담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2019년 하노이 회담에 우리나라와 중국이 관여했더라면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란 딜이 성사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4자회담과 같은 틀이 북미 간 극단적 대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다.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모두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의 개입을 원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미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땐 4자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대화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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