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존재 공식인정…"임직원 소통채널"

2008년 이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노동조합 최초 표기

10년전엔 "노조 필요성 못 느끼도록"…이재용 '사과' 영향

 

삼성전자가 임직원을 비롯해 투자자, 정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공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삼성전자가 첫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발간한 이래로 본문에 '노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하는 표현을 담은 것이 올해가 최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비노조' 정책을 강조했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후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날 공개한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채널 중 임직원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공식 창구로 '노동조합'이 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보고서에 기재한 임직원과의 공식 소통 채널은 노사협의회가 유일했다. 하지만 올해는 노사협의회에 앞서서 노조가 먼저 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8일 공개한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에 임직원과의 공식 소통 채널로 노동조합이 소개됐다. 위는 2021년에 발간된 보고서이며 아래의 2020년 보고서엔 노동조합은 없고 노사협의회만 표기돼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뉴스1

삼성전자가 2008년에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이래로 올해가 14번째인데, 100페이지 안팎의 보고서에 '노동조합' 존재 여부를 밝힌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노동조합이란 단어가 올해 보고서에는 14번이나 등장한다. 특히나 삼성전자는 올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사업장에 32개의 노조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에 노조가 존재하는지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해당 국가의 법률에 따라 노동조합과 근로조건을 협상하고 합의된 내용에 대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노동조합과 상호 신뢰하는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기 위해 각 노조와 수시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노조의 제안사항을 청취하고 개선 항목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기준으로 단체교섭 진행 경과도 소개했는데, 삼성전자는 "2020년 8월 4개의 노동조합이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회사에 단체협약에 관한 교섭을 요구함에 따라 회사는 정기적으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 삼성전자 노조 4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8일 공개한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식적으로 표기된 노동조합과 노동3권 보장 관련 내용의 일부.(삼성전자 제공) © 뉴스1

삼성전자가 국내외 임직원과 시민단체, 정부 기관, 투자자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처음으로 노조를 기재한 것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지난해 대국민 사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6월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경영권 승계, 노조 활동,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2020년에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까지 '무노조' 혹은 '비노조'라고 불릴 만큼 임직원에 대해 높은 처우와 보상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생각하지 못하게끔 만족스러운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삼성전자가 10년 전인 2011년에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에도 실제로 등장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노동 및 인권' 분야에서 노사관계 정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다른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근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전 임직원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2011년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일부. 당시 노사관계 정책에 대해 삼성전자는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근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전 임직원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 제공) © 뉴스1

이보다 1년 앞선 2010년 보고서에는 "종업원과 회사가 서로 협조하며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 노사정책의 기본방침"이라며 '비조노 정책'이란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10년만인 2021년이 되어서야 이 부회장의 사과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노조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공식 인정하며 새로운 노사관계의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공식석상에서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존중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활동 내역으로 지난해 8월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신설한 것과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 대상으로 노동3권 보장 관련 예방교육 등이 언급됐다.

또 삼성전자는 "노동조합의 원활한 교섭을 지원하기 위해 노조에 사무실을 제공하고 조합원들에게 교섭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주는 등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기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부사장, 오른쪽 세 번째)이 2020년 11월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상견례 및 첫 단체교섭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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