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의 고민은 尹과 다른 '사표의 무게'…출마 '명분' 충분할까

"국민 기대·우려 잘 알아…제 역할 숙고할 것" 사의

"윤석열보다 反文 명분 약해" vs "정권교체로 충분"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직을 내려놓고 '대권 행보'의 첫발을 내디뎠다. 제1야당 대권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버스'에 덜컥 올라탈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문재인 정권에 저항한 공직자 이미지를 내걸고 있지만, '조국 사태'와 맞섰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해서는 '반문'(反文) 명분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감사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 출근길에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정치권은 최 원장이 당분간 '숙고 모드'에 들어간 후 다음달쯤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8개월여 앞둔 시점에 '정치 신인'인 최 원장이 단기간에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이려면 제1야당의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다만 '정치인 최재형'으로 데뷔하기 위한 명분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월성원전 1호기 감사, 김오수 현 검찰총장의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 제청 문제 등에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여권의 집중 공세에 맞섰던 윤 전 총장보다는 '탄압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실제 최 원장은 이날 '사퇴의 변'에서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적인 사퇴 이유에 대해 "저의 거취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는데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이나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제가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출근하며 사퇴 입장을 밝히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1.6.2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지난 3월4일 윤 전 총장이 사퇴 이유로 '법치'와 '민주주의'를 들었던 점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최 원장이 윤 전 총장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지만, 명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사퇴하자마자 국민의힘에 덜컥 입당하면 코미디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당은 (입당)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최 원장의 최대 고민은 '어떤 명분으로 입당하느냐'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권교체'라는 대승적 명분이면 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 원장이 현 정권의 '불공정'에 반기를 든 이상, 야권 대권주자로 나설 이유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최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면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이 부흥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올라탈 수 있다"며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고 입당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최 원장이 윤 전 총장과 비교해서 (현 정부와) 덜 싸운 것은 확실하지만 월성원전 1호기, 김오수 인선에서 그가 지적한 것은 '과정의 공정성'이었다"며 "결국 '법치 수호'라는 측면에서는 윤 전 총장과 다를 것이 없다. 화제성이 크냐 작냐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