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신념·신앙' 현역입대 거부 첫 인정…대법 "사유 정당"

1심 1년6개월→2심 "신념 분명한 실체 있어" 무죄 선고

대법, 비폭력·반전주의 신념과 신앙 '정당한 사유' 인정

 

여호와의증인 교인은 아니지만 비폭력·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한 30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이 개인의 신념에 따른 현역 입대 거부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모씨(3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씨는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정해진 날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 및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에 따라 군대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은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해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으며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의 병역거부 사안이었다"며 "정씨는 대한성공회 교인으로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기독교 신앙을 병역거부 사유로 주장하고 있어 단순히 기독교 신앙만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판결은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한 최초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정씨의 변호을 맡은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이날 선고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판결은 비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엄밀히 말씀드리면 비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최초로 무죄가 확정된 병역거부자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하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한국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논의가 20년 넘게 이루어지고 현재 어느 정도 제도화 되었지만. 실제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이어서 특정종파의 문제처럼 다뤄져왔다"며 "판례 변경 후에도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면 대체로 무죄가 아니어서 매우 좁은 문이 열렸고 갈길이 멀구나 생각했는데, 오늘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정받는 변화가 이뤄진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용석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이날 "정씨가 자신의 판결을 계기로 이후 재판을 받고 있는 병역거부자가 무죄를 선고받거나 아니면 재판을 받지 않고 대체복무할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정씨의 입장을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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