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가짜뉴스' 직접 신고해봤더니…처벌 어려운 이유는?

경찰 "고의성 입증 어려워"…3개월 만에 자체 종결

피해 당사자·내용 명확해야 처벌…"현행법상 어려워"

 

지난 2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들이 다수 유포되며 논란이 일었다. 가짜뉴스의 확대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은 가짜뉴스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발표를 하기도 했다.

과연 경찰은 가짜뉴스 유포자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온라인에서의 가짜뉴스 유포에 대해 경찰에 신고를 해보니 '처벌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고 사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전문가들 또한 피해가 구체적으로 특정되거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가짜뉴스를 유포한 것만으로 법적 처벌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은 지난 2월28일 <"백신 맞으면 치매 걸린다"…백신 가짜뉴스 유포 여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경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에도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경찰청 담당자가 기자에게 연락해 '가짜뉴스 유통이 사실이면 신고를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3월 초 사이버범죄 신고 시스템을 통해 신고를 접수했다. 기자가 신고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해외의 백신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번역돼 공유되고 있었다. 이 중에는 뉴스 형식을 띄고 있는 게시물들도 눈에 띄었다.

커뮤니티에서 공유됐던 글들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조작된다' '백신 접종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배후 세력에 의해 강제되고 있으며 이들은 백신으로 인간들의 유전자를 조작해 지배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제약회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치권이 제약사들과 짜고 감기에 불과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를 부풀리고 있다'등의 내용이었다.

이런 주장들은 백신 반대 운동을 펼치는 쪽에서 오랫동안 제기됐던 음모론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음모론자들은 자신의 생각이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런 음모론이 현실의 일부분을 극단적으로 과대 해석하거나 왜곡한 것이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런 백신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해외 몇몇 언론사에서 검증 없이 보도되고 이런 보도가 다시 해석돼 국내에서도 뉴스 형식으로 유포·확산됐다.

이런 가짜뉴스들의 유포가 계속되면 방역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신고를 하고 3월 중순에는 경찰서에 직접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15일,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사건을 자체 종결하게 됐다'는 연락이 왔다.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검찰이 영장 신청을 반려해 더 이상의 수사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사 측은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영장 청구를 거부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가짜뉴스를 배포한 이들이 공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인정받으려면 국가의 백신 접종 체계를 위협하기 위해 '일부러' 허위의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는데 유포된 글만으로는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이들이 거짓임을 알고 있음에도 고의로 글을 퍼트렸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 문제였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가 인정되려면 스스로 거짓임을 알았어야 하는데 백신이 우리 사회를 망가트린다는 내용의 글을 정말 사실이라고 믿고 유포했다면 이런 혐의가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대전 모 교회 목사 A씨(66)가 제작해 배포한 백신 관련 가짜뉴스 전단. A씨는 해당 전단은 인천 시내 길거리에 붙여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검찰에 송치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2021.3.31/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명예훼손 혐의의 경우에도 피해 대상을 특정하거나 피해 정도를 계산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였다. 가짜뉴스 유포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백신 접종에 대해 '모두 사기이며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데 그 범위가 굉장히 포괄적이라 이 발언으로 누가 어떤 명예를 훼손당했는지 구체화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담당 수사관은 "여러 혐의를 적용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판례 등을 찾아봤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법을 찾기가 어려웠다"라며 현행법에서 이런 식의 가짜뉴스를 처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현행법 체계 안에서는 가짜뉴스 유포행위 중 상당 수가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언론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가짜뉴스 유포가) 방역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가 될 수 있겠지만 업무방해의 경우 과실범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않는다"라며 "가짜뉴스를 유포한 당사자들도 선의에 의해 이를 유포한 피해자일 수도 이어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이 복잡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과거에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처벌하는 법(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이 있었지만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가짜뉴스와 관련된 피해가 커지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에 대한 논의가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규정을 만들어 놓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가짜뉴스 유포로 인해 피해자를 특정한다면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가 백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도 강제로 접종을 시킨다'는 가짜뉴스를 인터넷에 올린다면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백신 업무의 당사자인 질병관리청을 피해 당사자로 한다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승 연구위원은 "공무집행방해는 모르겠지만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에 따른 명예훼손 적용은 가능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승 연구위원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허위의 정보를 사실로 믿었다는 정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인정받으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 것을 피할 수도 있겠지만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는 이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기자가 신고를 했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이 커뮤니티 회원들 '백신은 생화학 무기다' '백신에 맞은 사람의 주변에 있으면 감염이 더 잘된다' '백신은 에이즈를 유발한다'는 등의 내용의 가짜뉴스들을 계속해 공유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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