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오르는 인건비…농촌은 외국인근로자 모시기 전쟁

양파·마늘 수확철 맞아 농번기 인력 부족 '아우성'

코로나까지 겹쳐 '비명'…장마 전까지 정점 이룰듯

 

"비 오기 전에 양파 수확하려 인부를 구해놨는데, 다음날 아침에 1만원 더 준다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네요."

마늘과 양파 수확철로 접어든 요즘 농촌 현장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제때 인부를 구해 농작물을 출하하지 못하면 상품가치가 떨어져 그간 고생해 지어온 농사가 물거품이 된다.

5월부터는 마늘과 양파, 봄 배추, 보리, 밀 등이 수확기에 접어들고, 고구마 심기와 모내기 등으로 바쁜 농사철이 시작된다.

1년 농사를 결정짓는 농번기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정점을 이룬다. 이로 인해 농촌지역에서는 매일 새벽 인력시장이 형성돼 인부구하기에 나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농촌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급감, 하루가 다르게 인건비가 치솟고 있지만 원하는 만큼의 인력 구하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전남 무안에서 4000평 양파농사를 짓고 있는 오철웅씨는 "2년전에 외국인 인부 하루 품삯이 10만~11만원 선이었으나 지난해 12만원으로 오르더니 올해는 15만원까지 올랐다"며 "그마저도 이쪽저쪽 사방팔방 수소문해 어렵게 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파 수확철인 5~6월에는 무안지역에만 하루 30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나 공급은 훨씬 못 미쳐 인부 구하기 경쟁이 치열하다.

예전 같으면 오전 6시부터 일을 시작하나, 요즘은 제 때 인부들이 도착하지 않아 오전 7시가 다 돼서야 작업이 시작된다. 점심도 챙겨오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고 조금만 고되면 돈을 더 주라고 생떼를 쓴다. 인부가 갑질하는 형국이다.

외국인 근로자 대신 동네 아주머니들을 고용하려 해도 행정기관의 공공일자리에 대다수 참여하고 있어 쉽지 않다. 요새는 돈은 적더라도 편한 일을 찾기에 밭일하려는 주민들이 없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외지 인부를 받는 것도 꺼려한다. 선의로 도와주거나 자원봉사를 오려 해도 혹시 모를 감염 염려 때문에 거절하기가 다반사다.

실제 이달 초 서울에서 지인 밭일을 도우러 온 사람으로 인해 무안에서 4명, 인접 목포 달리도 주민 8명이 연쇄 감염됐다. 이번 일로 인부 구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양파 수확 일손돕기에 나선 공공기관 직원들. © 뉴스1


인력공급 업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한다.

인력 배정을 마쳤으나 다음날 갑자기 인부들이 돈을 더 준다고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무안에서 인력소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농번기 최대 수요를 맞으면서 외국인들은 1만원만 더 주면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버린다"며 "신의도 잃고 욕만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농촌에서는 비 예보가 있으면 급하기 때문에 20만원까지 줄테니 인부를 보내달라는 요청한다. 그렇다고 업체가 수수료를 더 받는 것도 아니다"면서 "전국적으로 인건비를 표준화시키지 않고서는 답이 없는 실정"이라고 한숨지었다.

무안군은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농촌일손돕기에 나서고 있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농촌일손돕기 알선창구를 운영, 공공기관, 사회단체, 학생 등을 농가와 연결해 양파·마늘 수확을 지원했다.

하지만 숙련된 인력이 아닌데다 작업 속도도 더디어, 농가의 인력 갈증은 좀 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농촌에서 고용되는 내국인은 60대 이상의 고령 근로자가 대다수다. 따라서 젊은층이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합법적인 취업비자를 받고 활동하는 사람 적어 영농철이라도 이를 완화하는 등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무안군 관계자는 "정부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및 취업 활동 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인력수급 문제 뿐 아니라 인건비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