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탔어요 아빠 사랑해" 마지막 인사…"따뜻한 손 잡지도 못하고" 오열

"엄마 야근날 이불에서 엄마 냄새 난다며 환하게 웃던 아들"

아들 보낸날, 부부는 아들 방에서 뜬눈으로 밤새

 

"'아빠, 버스 탔어요. 집에서 만나, 사랑해'라고 통화한 게 마지막 인사였어요. 애엄마랑 나랑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요…."

9일 발생한 '광주 건물붕괴 참사' 희생자 가운데 가장 어린 고교생 김모군의 아버지는 10일 <뉴스1> 취재진과 통화하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빈소가 아직 차려지지 않아 겨를이 없다며 우선 전화통화로 이야기 나누기를 원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애달프게 부르짖는가 하면, 이내 담담하게 참사 당일 아들과의 전화 통화를 회상했다. 수화기 너머로 계속해서 흐느낌이 들여왔다. 

음악가가 꿈이라는 고등학교 2학년생 김군은 사고 당일 비대면수업이데도 학교를 찾았다. 교내 음악동아리에서 만나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온다며 집을 나섰다.

김군은 동아리모임이 끝난 뒤 '54번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사고가 나기 전 오후 4시2분쯤 아들한테 전화가 왔어요. 버스를 탔으니 집에서 만나자며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그게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였다.

김군은 2대 독자 늦둥이였지만 애교가 많은 아들이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일하느라 귀가가 늦어지자 30여분간 안방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아들한테 엄마 없는 빈방에서 뭐하냐고 물었더니 '침대 위 베개와 이불에는 엄마 냄새가 난다'고 말했어요. 그 때 환하게 웃던 아들 모습이 눈가에 선해요"라면서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밤을 지샌 김씨는 허탈함과 허망함, 슬픔만 가득 안은 채 이날 새벽 집으로 들어왔다. 아내와 함께 아들 없는 빈방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방안 곳곳 잊고 싶지 않은 아들 냄새를 맡기 위해서였다.

하루 새 단단하게 응어리진 슬픔을 풀고자 그는 살아생전엔 아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전했다.

김씨는 "공부하라는 잔소리에도 보름달처럼 해맑게 웃던 아들아! 그 잔소리마저도 사랑이라고 느낀 아들아! 이제는 머리를 쓰다듬지도 따뜻했던 손을 잡지도 못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너를 늘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는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김군의 부모는 '버스에 아들이 탄 것 같다며 제발 얼굴이라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이들 부모가 애타게 찾던 김군은 결국 '남·10대'라고 적힌 인명피해 현황판 속 9번째 사망자로 이름을 올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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