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 김학의, '유죄 2심' 다시 판단…오늘 보석 석방

대법 "2심 유죄 근거 된 증인 진술 신빙성 다시 따져봐야"

검사 증명 정도 따라 결과 달라질 듯…김 전 차관 보석 석방

 

수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5)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이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증인의 법정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으면서, 검찰이 이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성접대 뿐 아니라 금품 수수와 관련한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전부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검사가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미리 수사기관에 소환해 면담하는 절차를 거친 후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 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증인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되어야 증인의 법정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검사가 증인신문 준비 등 필요에 따라 증인을 사전 면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나 피고인의 관여 없이 일방적으로 사전 면담하는 과정에서 증인이 훈련되거나 유도되어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진술이나 면담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는 1, 2심에서 2차례에 걸쳐 증인신문 전에 피고인의 사회친구이자 시행업자인 증인을 소환해 면담했다"며 "면담과정에서 증인은 자신의 검찰 진술조서와 제1심 법정진술 내용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사항을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직후 이뤄진 증인신문에서 증인은 1998년 뇌물공여 사건 및 및 차명 휴대전화와 관련한 종전 진술을 번복했고, 뇌물공여 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점점 구체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면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종전에 한 진술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로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사가 면담과정에서 증인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면하지 못하는 한, 원심이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한 근거가 된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사업가 최모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6~2007년 윤씨로부터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다.

이 사건은 2012년 '성접대 동영상'으로 처음 불거졌지만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재수사를 거친 끝에 김 전 차관은 의혹 제기 6년 만인 2019년 6월에서야 구속기소됐다.

김 전 차관은 재판과정에서 "가르마 방향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별장 성접대 동영상'과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사진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 및 증거부족을 이유로, 성접대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마지막 범죄행위가 종료된 2008년 2월경으로부터 10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윤중천씨와 관련된 뇌물수수 등 혐의는 모두 무죄 또는 면소판결했다. 저축은행 회장 김씨로부터 56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무죄, 9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공소시효 10년이 넘어 면소판결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1심과 달리 사업가 최씨로부터 43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점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300여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씨가 증인신문 전 검사와 면담한 이후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술이 바뀌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심리가 다시 필요하다면서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 외에 김 전 차관이 윤씨와 최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사의 증인사전면담 이후에 이루어진 증언의 신빙성 및 그 판단 기준에 대해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면서 "이 판결을 통해 검사의 일방적인 증인사전면담을 규제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심에서 검사가 (진술 신빙성에 대해)증명하는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검사가 증인신문 전 사전면담을 한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진술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번복된 경우에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이날 김 차관이 신청한 보석신청도 인용했다. 지난해 10월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차관은 바로 풀려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