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의 현란한 '대리 수술'…수술실 영상 없인 입건도 어려워

CCTV '스모킹건' 없는 사건들…부산에선 종합병원 수사하다 '그냥 종료'

 

지난 8일 오전 광주의 한 척추 전문병원에 경찰 수사관 14명이 들이닥쳤다.

이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의사를 대신해 수술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수술 장면이 담긴 동영상 등 증거 자료는 이미 확보했지만, 이 병원에서 '대리 수술'이 더 광범위하게 장기간 이뤄진 것으로 보고 병원 로비 CCTV와 진료 서류 등을 압수했다.

경찰이 입수한 동영상에는 하늘색 수술복을 갖춰 입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 환자 옆에서 수술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남성은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능숙하게 수술 도구를 다루며, 봉합까지 끝마쳤다.

수술 중간에는 의료진과 사적 대화를 주고받는 태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동영상 속 해당 남성이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인 것으로 판단했다.이 간호조무사와 의사 3명, 병원 관계자 등 모두 6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지난 2018년부터 수백여건의 대리 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대리 수술 의혹을 부인했다. 수술실 영상은 조작된 증거로 앞서 해임된 한 원장이 분풀이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의료법 위반 등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병원내 CCTV에는 없는 수술장면이 제보자의 영상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은 이미 수십편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의사 5명과 병원 관계자 4명 등 총 9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내부 직원이 병원 수술실에서 비의료인들의 수술 모습을 몰래 촬영해 경찰에 넘기면서 검거됐다.

광주와 인천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대리 수술 의혹'은 모두 내부 고발에 따른 동영상이 없었다면 묻힐뻔 했던 사건이다.

반면 수술실 동영상 등 증거가 없어 수사가 벽에 부딪힌 사건도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의료기기 업체 대표 2명과 의사 1명이 대리 수술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서 수사가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수술실에서 직접 대리수술을 한 장면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복수의 참고인들이 업체대표가 전체 수술의 절반 정도를 집도했다고 한 진술을 증거로 제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해당 진술만으로 기소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경찰에의 보강수사를 요청했다.

애초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이 업체 대표들이 부산의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술실 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더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고, 개인병원 의사 1명을 입건하는데 그쳤다.

© News1 DB


대한의사협회는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대리 수술 의혹'에 대해선 공식사과와 함께 선을 그으면서도, 수술실 CCTV설치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때문에 여론의 반응은 싸늘해지고 있다. 수술실 자체가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비밀공간'이 되다 보니, '신뢰할 수 없는 공간'이란 인식이 커지면서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후 부작용과 함께 대리 수술이 의심되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경찰의 수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술실 내부 CCTV 미설치로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고발자나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혐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와 인천 병원의 경우, 내부 고발에 따른 수술실 영상이 혐의 입증에 주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인천경찰은 해당 영상 등과 최근 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가 의뢰한 의사가 수술을 했는지, 비의료인들이 수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CCTV를 설치해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는 영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7월 발의된 이른바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의료계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소위에선 관련 법안 심사통과가 무산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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