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촘촘한데…'금강산 골프대회' 현실성 있나

이인영, 남북한 공동유치 제안에 "설렌다…아끼지 않고 지원"

전문가 "유엔 제재 '사치품 위반' 가능성…北도 호응 안할 듯"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교착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골프선수권대회'의 금강산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문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긴 하지만, 이 장관의 이번 발언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실제로 골프대회의 금강산 유치활동에 나설 경우 촘촘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새로운 대북정책의 방향으로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전 정부의 '일괄타결' '전략적 인내'와 달리, 북한이 그동안 비핵화 협상에서 주창해온 '단계적·동시적' 방법론과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의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북미 양측의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 등에 바탕을 둔 대북외교를 모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중시하기에 대북외교를 펼치더라도 국제사회와의 약속, 그 중에서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간과하진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3월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을 때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며 "북한이 긴장의 고조를 선택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섣불리 대북 인도적 지원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남북협력 아이디어를 제시할 경우에도 역시 미국 측으로부터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유엔안보리는 지난 2006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를 통해 원산지를 불문한 모든 사치품을 유엔 회원국의 영토·국민·국적선·항공기를 거쳐 북한에 제공·판매 또는 이전할 수 없도록 했다. 안보리는 2013년 2094호, 2016년 2321호 결의 등을 통해 '사치품 예시목록'을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까지 예시품목에 명시돼 있는 사치품은 △진주 △보석류 △귀금속 △요트 △고급 자동차(경주용차 등) △고급 시계 △수상 레크레이션 장비 △스노모빌 △고급 크리스탈 제품 △레크레이션 스포츠 장비 △양탄자 △본차이나 식기류 등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목록 외 다른 품목도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평가에 따라 대북 수출이 금지되는 '사치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골프대회 개최를 이유로 북한에 고가의 골프채 세트 반입하려 할 경우 대북제재 면제 승인 등 사전 절차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골프 클럽이 '사치품'에 걸릴 수 있다"며 "고가의 골프 클럽이 많기 때문에 (대북제재위도) 그 부분에 착안해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 통일부 이 장관은 앞서 4일 오후 이중명 대한골프협회장으로부터 '남북한이 공동으로 2025년 세계 골프선수권대회의 금강산 유치활동을 벌이자'는 제안을 받고는 "설렌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도움과 협력·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 장관이 지원 의사를 밝힌 골프대회 개최 시점이 5년 뒤인 만큼 그때까진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상황이나 남북·북미 간 교착 국면이 어느 정도 풀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폐쇄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반(反)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북한이 스포츠마케팅의 최정점에 있는 프로 운동경기 중 하나인 골프대회 유치 제안을 달가워할 지도 미지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골프라는 것은 자본주의 운동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대회가 열린다 해도 주민들에게 공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골프대회 개최는) 남북관계 개선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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