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앉으니 얼마나 좋은 줄 몰라"…다시 문 연 경로당 '되찾은 웃음'

정부, 1일부터 노인복지관·경로당 등 운영 재개 권고

같은 동네라도 큰 차이…하루 종일 문 닫혀 헛걸음도

 

"이제 (사적모임 제한이) 완화된다는 소리가 있어 미리 정리나 해볼까 하고 온 거야. 우리는 다 80세 이상이라 백신 두번 맞은 사람들이야. 같이 앉아들 있으니까 얼마나 행복하다고."

서울 종로구 사직노인정의 최학분(85·여) 부회장은 연신 '행복'을 강조하며 오랜만에 동네 친구를 만난 소감을 풀어놨다.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사적모임 제한 완화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 1일 오후 사직노인정에는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어르신 6명이 모여 트로트 TV프로그램을 틀어놓고 화투를 치고 있었다. 

최 부회장은 "이전에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노인정 문을 열기는 했는데 이렇게 다 같이 있을 수가 없었다"며 "이제 한 두사람씩 오기 시작하니 밥은 못먹어도 같이 소일거리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먼저 일어나는 어르신을 직접 출입문 앞까지 배웅하며 "내일 봅시다" 하고 인사했고 기자에게도 "자기도 어서 행복해지라"고 했다.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노인복지시설 운영에 제약이 생긴 지 1년여 만이다. 정부는 앞서 백신 1차 접종자와 접종완료자를 대상으로 일상 복귀 혜택을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차 접종자는 직계가족 모임 인원(8명) 계산 시 포함되지 않고 접종 완료자는 요양병원·시설에서 대면 접촉면회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날부터 7월1일까지 휴관 중인 노인복지관·경로당·주민센터 시설 및 프로그램 운영 재개도 권고했다. 전원 접종 완료자일 경우 감염우려가 컸던 노래교실과 음식 섭취도 허용된다. 전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 따르면 전국 노인복지관은 42%가 운영 중단 상태이고 경로당은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67%가 휴관 중이다. 

정부가 운영 재개에 한 달을 제시한 만큼 같은 종로구 내에서도 동네마다 경로당 운영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직노인정에서 4㎞가량 떨어진 이화동 이화경로당에는 이날 오후 어르신 3명이 모여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경로당에서 만난 한 어르신(70대·여)은 "일이 필요한 사람만 와서 하는 것"이라며 "경로당 문을 연다는 말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창신동 창인경로당은 이날 오후 문이 닫혀 있었다. 조간신문이 문틈에 놓인 것으로 보아 하루종일 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입구에는 지난 3월 재개관 공지가 갱신되지 않은 채 붙어있었다. 이날 오후 3시40분쯤 창인경로당을 찾은 한 어르신(80대·여)은 "혹시나 하고 와봤다"며 "비가 오는데 헛걸음했다"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와 관련해 종로구 관계자는 통화에서 "코로나19 대응지침 최신판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 지역 내 경로당에 대한 공무는 시행 전"이라며 "개관은 하되 프로그램을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 후 최종 공지할 예정으로, 최대한 빠르게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일 오후 문이 닫힌 서울 종로구 창신동 창인경로당의 모습. © 뉴스1


이 같은 사정은 노인복지관도 다르지 않았다. 정부 권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백신 접종률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서울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 차원의 내부 지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결과 어르신 5~6명이 마스크를 낀 채 미술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체력단련실과 같이 감염이 우려되는 시설은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복지관 측은 "현재 서울시 거리두기 단계별 노인복지관 운영계획에 의거해 10인 이하의 소규모 비활동·비접촉 프로그램만 운영 중"이라며 "복지관 전체 이용자의 접종 현황이 취합되지 않은 상황으로 건강 및 감염에 취약한 어르신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한 상태에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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