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목사 남편 폭행·나체 촬영·살해한 부인, 항소심 감형 왜?

남편 성매매·외도에 격분 수년간 '화풀이' …1심 징역 17년 →2심 7년

항소심 "살인 미필적 고의 없었다"…나체사진 촬영한 성범죄는 '무죄'

 

"그X이랑 어디 갔었어. 말해!"

"진정해, 여보. 그리고 나 그 여자한테 목사라는 것도 밝혔어."

남편의 말에 격분해 집 부엌에서 흉기를 꺼내 든 아내. 그때 마침, 딸이 귀가했고 남편은 부부싸움을 보이기 싫어 서재로 들어섰다.

하지만 아내는 흉기로 좌측 가슴부위를 한 차례 찔렀고 결국 남편은 숨졌다.

2020년 3월9일 오후 5시20분께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서 부인 A씨(59)는 남편 B씨(당시 67)를 흉기로 가슴부위를 1차례 찔러 살해했다.

37년 간 이어져 온 부부의 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사실 이들의 문제는 사건당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수년전부터 이어져 왔던 갈등에서 비롯됐다.

A씨는 B씨의 외도사실을 2017년 10월부터 알았다. B씨는 외도상대는 성매매 여성과 B씨가 운영했었던 가게 여직원 등이었다.

다툼의 정도와 횟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졌고 결국 A씨는 B씨를 폭행하고 감금, 성범죄까지 저질렀다.

2020년 2월7일~3월7일 주거지에서 A씨는 남편을 발가벗긴 뒤 '네 꼴을 좀 봐. 네 몸이 얼마나 추한지 보고 정신 좀 차려'라고 말하며 남편의 휴대전화로 성기부위 등을 촬영했다.

A씨의 폭력적인 성향은 사건발생 전까지 더욱 강해졌다.

2019년 10월~2020년 2월 주거지에서 외도를 추궁하는 질문에 B씨가 건성으로 답하자 A씨가 철제 옷걸이를 가지고 등을 내리찍거나 어깨를 물어 뜯었다. 또 B씨가 성매매 상대 여성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자 남편을 스카프로 손을 묶어 감금하기도 했다.

이같은 추궁과 다툼이 계속되던 2020년 3월9일, 남편은 딸이 있는 자택에서 부인 손에 의해 살해됐다.

지난해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원심에서 1심 재판부는 오랜 기간 A씨가 B씨에게 저지른 폭행과 엽기적인 성범죄, 그리고 감금에 더해 살인까지 중형이 불가피 하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A씨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나 A씨가 왜 살인은 저질렀는가에 대한 '배경'과 사건 후의 '행동'을 두고 판결을 고쳐썼다.

이에 당초 살인죄로 적용된 혐의에서 상해치사 혐의로 변경, 징역 7년으로 감경된 형량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는 무죄로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살해하기 위해 도구를 미리 준비했다고 보지 않았으며 또 B씨를 찌른 부위가 왼쪽 가슴의 윗부분과 겨드랑이 사이로 이는 직접적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부위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즉, 심장을 노려 찌른 게 아니기 때문에 미필적으로나마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해석이다.

또 남편의 외도 때문에 생긴 불화의 정도가 계속 심해 이로 인한 심신의 고통이 잇따르는 상태였을 것이고 더군다나 A씨가 21세 때 B씨와 결혼해 30여년 넘게 신앙생활도 함께 유지했는데 남편이 목사 신분에서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돼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B씨가 흉기에 찔린 직후인 119 구급대원들은 같은 날 오후 5시34분에 도착했다. 사건발생 시각인 오후 5시20분을 고려하면 B씨는 바로 구급차를 요청한 것으로 이는 범행을 은폐하려 하기 보다는 신속하게 병원에 후송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A씨의 카메라 등 이용촬영과 관련된 범죄를 무죄로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성기부위가 고스란히 찍힌 나체사진이 B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는데 사망순간까지 남편이 가지고 있던 것을 보면 촬영의사에 어느정도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며 "물론, A씨가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을 수 있겠지만 찍게 된 경위에 이르러서 묵시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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