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봤구용]'내돈내산' 대한항공 A380 무착륙비행 '타봤구용'

대한항공카드 1주년 기념 특별전세기

'꿈의 비행기'에서 즐기는 한반도 2시간30분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곳 중 하나다. 항공사들은 하늘길이 막히면서 생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목적지 없이 이륙한 공항으로 다시 착륙하는 '무착륙비행'도 그 중 하나다.

국내 항공사들도 무착륙비행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 입장에선 매출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은 물론, 조종사들의 의무 비행시간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객 입장에서도 조금이나마 해외여행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다가, 면세품 구입도 가능하다.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무착륙 관광비행 특별기는 대한항공과 현대카드가 파트너십을 통해 선보인 '대한항공카드'의 출시 1주년을 기념해 대한항공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대한항공카드를 출시와 함께 발급해 이용하고 있는 1인으로, 이번 비행을 '내돈내산'(내 돈 내고 내가 산다)으로 신청했다. 원래 '써봤구용'은 가전제품을 체험하는 코너지만, 이번만은 비행기 '타봤구용'이다.

대한항공카드 1주년 무착륙비행에 사용된 대한항공 KE9021편 A380 항공기. © News1 정상훈 기자


◇'꿈의 비행기' A380 타고 한반도를 시계방향으로 비행


대한항공카드 1주년 무착륙비행에 사용된 비행기는 에어버스(Airbus)사의 세계 최대(最大) 여객기 'A380'(KE 9021편)이다. 축구장에 맞먹는 크기의 복층 여객기로, 지난 2015년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맨몸으로 끌기에 도전했던(아시아나항공 비행기로 도전했다.) 그 기종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여객기로 공개와 동시에 '하늘위의 호텔', '꿈의 비행기'(이 타이틀은 훗날 B787이 '드림라이너'라는 이름으로 가져간다.) 등의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크기로 인해 좌석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A380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한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4개의 엔진이 달린 '4발기'로의 연료 효율성 문제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에어버스사는 지난 2019년, A380의 단종을 발표했다.

이번 무착륙비행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A380을 타보고 싶어서였다. A380이 전좌석 매진이 가능한 인기 많은 미국 뉴욕이나 일부 유럽 노선에서만 운영되는 기종인 만큼, 이때가 아니면 언제 타보겠냐는 생각에서다. 평소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대한항공카드 1주년 무착륙비행 스케줄표. © News1 정상훈 기자


대한항공카드 출시 1주년 기념상품인 만큼 대한항공카드 고객들만 예약이 가능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예약 당일에는 예약 주관사인 한진관광의 홈페이지가 약 30분간 먹통이 되기도 했다.

비용은 이용객 본인이 보유한 마일리지에서 공제됐다. 이코노미(일반석) 기준으로 1만 마일리지(△프레스티지 3만 마일리지 △일등석 5만 마일리지)가 공제됐으며, 유류비 및 세금 2만8000원은 별도였다. '개인카드'로 결제했다.

판매좌석은 △일등석 12석 △프레스티지석 94석 △일반석 164석 등 총 270석이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A380 탑승 인원을 407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석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창가석과 통로석만 채웠다.

프레스티지와 일등석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대한항공의 A380 좌석배치도로 볼 때 전좌석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좌석 간 거리가 있고, 칸막이가 있는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예약 시작과 함께 전좌석이 매진됐지만, 이후 프레스티지석에서는 일부 취소표가 나왔다.

무착륙비행 이용객들은 공항 내에서 이 비표를 꼭 달고 다녀야 한다. © News1 정상훈 기자


비행 코스는 무착륙 해외비행 전용 탑승구가 있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오후 12시30분에 이륙해 강릉-동해안-부산-대한해협-제주 상공을 비행한 후, 다시 인천공항으로 오후 3시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한반도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것이다.

A380을 타고 하늘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보는 게 이번 비행의 목적이었기에 좌석 선정도 중요했다. 한반도를 시계방향으로 도는 만큼, 비행기 진행방향의 오른쪽 창가에 앉아야 경치를 보기에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왼쪽으로는 망망대해만 보다가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날개가 경치를 가리는 것을 피해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뒷자리로 갔다. 맨 뒤 세 줄은 코로나19 의심 승객 격리를 위해 비워둔 만큼, '56K' 좌석을 예약했다. 명절 KTX 표를 예매할 때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발휘했다. 이 선택은 나중에 뜻밖의 행운으로 이어진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는 대한항공 KE9021편 A380 항공기. © News1 정상훈 기자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덤'…대마도·성산일출봉이 내 발 아래


출발 당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이 언제든 비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비행 내내 구름만 구경하다가 내려올 판이었다. 거대한 돌고래를 닮은 A380을 만난 설렘도 잠시, 비행기 이륙과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강화도 상공을 지난 비행기는 강릉을 향해 고도를 올렸지만 보이는 것은 구름뿐이었다. 특별기 운항을 담당한 기장도 안내방송을 통해 "왼쪽으로는 동해바다가, 오른쪽으로는 태백산맥의 절경을 볼 수 있지만,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기수를 남쪽으로 틀어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면서 날씨는 기적처럼 맑아졌다. 오후 1시20분쯤 포항 상공을 지날 때부터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승객들을 반겼다. 창가에 앉은 승객들은 하나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0분 뒤, A380은 부산 상공에 도착했다. 백두대간을 넘기 위해 3만1000피트(9448m)까지 올라간 고도도 2만1000피트(6400m)까지 내려갔다. 승객들이 경치를 잘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대한항공카드 1주년 무착륙비행 대한항공 KE9021편 A380 항공기에서 바라본 부산. 김해국제공항과 경남 김해 전경이 보인다. © News1 정상훈 기자


김해국제공항과 함께 부산신항, 가덕도와 거제도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반대편 기체 왼편에서는 사직야구장 등 부산 시내와 함께, 광안리와 해운대의 풍경이 나타났을 것이다.

특별기는 제트기류 없이 순항하며 금세 대마도 상공에 다다랐다. 일본 영공에 들어온 것이다. 국제선 비행이 성립되는 순간이다. 대마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른 비행기는 후쿠오카 상공을 거친 뒤 기수를 서쪽으로 틀었다. 잠깐의 '해외여행'을 마치고 다시 국내로 돌아갈 시간이다.

남해를 따라 약 30분을 비행했을 무렵, 창밖으로 다시 낯익은 풍경이 펼쳐졌다. 제주 상공에 진입한 것이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한라산 백록담이 그야말로 '내 발 아래'에서 선명하게 펼쳐졌다. 기내 곳곳에서 '우와' 하는 탄성과 함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졌다.

기수는 다시 북쪽으로 틀어 인천공항을 향했다. 광주와 전주를 지나자 다시 먹구름이 반겼다. 기내도 다시 조용해졌다. 그렇게 오후 3시, 2시간30분의 비행을 마치고 A380은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대한항공카드 1주년 무착륙비행 대한항공 KE9021편 A380 항공기에서 바라본 제주도.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 News1 정상훈 기자


◇다양한 이벤트로 시간 '순삭'…"빈손으로 와서 양손 가득"


하늘위에 있는 2시간30분 동안 비행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행 중간 다양한 이벤트들을 진행하며 탑승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이번 무착륙비행에서 KF94 마스크 3매, 손세정제, 손세정 티슈 등으로 구성된 '세이프티 키트'(Safety kit)와 함께, '대한항공 어메니티'(Amenity)를 모든 탑승객에게 제공했다. 스킨로션, 양치세트, 빗 등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어메니티(편의물품)는 그간 상위 클래스에만 제공됐다.

비행기에 관심이 많은 '항덕'들을 위한 아이템들도 관심을 모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2019년 퇴역한 대한항공 최초의 B777 기종인 'HL7530'의 동체를 재활용해 만든 'HL7530 네임택 Special Edition'이다.

HL7530는 1997년 3월 도입된 이후 23년간 10만여시간을 비행한 뒤, 2019년 12월 홍콩-인천 운항을 마지막으로 퇴역한 항공기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HL7530 네임택'은 지난 1월 출시됨과 동시에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한항공카드 1주년 무착륙비행 탑승객들에게 제공된 기념품. © News1 정상훈 기자


이밖에도 대한항공카드의 크기와 디자인대로 만들어진 플레이트 활용 굿즈와 특별기 비행 기념 토퍼, 1주년 기념 감사 카드와 엽서도 제공됐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와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제작된 감사 카드에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 '대한항공카드 특별기'가 한줄기 상쾌한 바람의 기억이 되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글이 담겼다.

깜짝 행운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준비됐다. 비행 전 일반석 승객 중 5명을 추첨해 프레스티지석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기회가 제공됐다. 프레스티지석, 일등석 승객 중에선 5명을 뽑아 공제 마일의 50%를 돌려주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기내에서도 행운의 이벤트가 이어졌다. 대한해협을 지나가는 동안 다양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럭키 드로 이벤트'(Lucky Draw Event)가 진행됐다.

대한항공카드 1주년 무착륙비행의 기내 '럭키 드로우 이벤트'(Lucky Draw Event)에서 당첨된 4등 상품 '옥스포드 블록 B777 캐빈'. © News1 정상훈 기자


좌석 추첨을 통해 △1등 리모와(RIMOWA) 캐리어(1명) △2등 시그니엘 호텔 1박 숙박권(1명) △3등 국내선 일반석 항공권 왕복 2매(3명) △4등 옥스퍼드 블록 B777 캐빈(5명) △5등 대한항공 기내 담요(10명) 등의 경품이 제공됐다.

운 좋게도 4등에 당첨됐다. '옥스포드 블록 B777 캐빈'은 1500여개 블록으로 B777 기내를 정밀히 구현한 제품이다. 우주의 기운을 모아 집중력과 순발력을 발휘해 '56K' 좌석을 예약한 게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준 것이다.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주요 지점을 지날 때마다 기장의 안내방송을 통해 창밖의 풍경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으며,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면서는 탑승객들에게 익숙한 뉴에이지 음악들로 구성된 '보딩 뮤직 타임'(Boarding Music Time)으로 귀를 즐겁게 했다.

대한항공카드 1주년 무착륙비행 경로. © News1 정상훈 기자


◇낯선 '텅 빈' 공항 풍경…"언젠가는 제모습 돌아오길"


아쉬운 건 낯선 공항 풍경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가본 인천공항이라 더욱 텅 빈 풍경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평소엔 복잡한 게 불편했던 인천공항이지만, 이날은 그 어느 때보다 북적거림이 그리웠다.

평소 FIDS(운항 정보 안내판)를 가득 메웠던 항공기 운항정보도 절반 정도가 비어있었다. 그마저도 상당수가 공동운항(Code Share) 항공편이었다. 출입국 절차(여권 지참 필수)를 기다리는 긴 줄도 사라졌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보였다. 무착륙비행 탑승객들은 '인천국제공항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라고 적힌 비표를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 일반 여행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 비표가 없으면 무착륙비행 전용 탑승구역 출입이 제한된다.

승무원들은 특수 보호복과 보호 고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다. 기내 취식 금지 지침에 따라 기내식과 음료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텅 빈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 News1 정상훈 기자


다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탑승 전 티켓 검사를 할 때나 출국 수속 및 세관 심사를 받을 때는 바닥에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어 있음에도 거리두기가 다소 실종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세관 심사도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착륙비행 이용객의 상당수가 면세품을 구매하는 만큼, 더 철저한 심사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 때문에 면세 기준액인 600불을 기준으로 나눠 심사가 진행됐음에도 심사까지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승객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특히 가족단위 탑승객이 많았던 만큼, 곳곳에서 오랜만에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인천공항이 여행의 설렘으로 다시 가득 차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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