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57년 오너경영 마침표…"어쩌다"

'대리점 갑질·황하나·불가리스' 갖은 악재로 소비자 신뢰 잃어

 

남양유업이 57년 오너경영에 마침표를 찍는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부터 추락한 기업 이미지와 불매운동 여파에 최근 '불가리스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


7년 전 대리점 갑질 사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대주주 홍원식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지만 홍 회장 일가는 아들 홍명식 상무의 지분만 남겨둔채 모두 매각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남양유업의 57년 오녀경영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오너일가 지분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

28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아내 이운경씨·손자 홍승의씨가 보유한 주식 37만8938주를 국내 경영 참여형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이번 지분 매각 규모는 홍 전 회장 지분 51.8%를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 52.63%에 해당한다. 남양유업 총수 일가는 홍 전 회장의 아들 홍명식 상무의 지분 3208주(0.45%)만 남게 됐다.

남양유업은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1964년 설립했다. 분유사업을 통해 회사를 키웠고 1990년대 출시한 '아인슈타인 우유'와 발효유 '불가리스' 등이 인기를 끌면서 사세를 키웠다.

하지만 2013년 터진 대리점 갑질 사태로 소비자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했다는 의혹에 이어 영업직원의 욕설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이후 아인슈타인 우유의 디옥시리보핵산(DHA) 함량을 과대 광고하고, 타사에서 판매하는 커피믹스의 카제인나트륨이 유해성분인 것처럼 선동하는 비도덕적인 마케팅(판촉) 문제도 불거졌다.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33)의 마약 범죄 혐의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고 지난해엔 댓글을 통해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한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 신뢰를 잃어갔다.

불매운동이 계속되자 남양유업은 회사 이름을 숨긴 카페 브랜드 '백미당' 등을 운영하거나 제품에서도 회사명과 로고 등을 표시하지 않는 고육지책을 일삼기도 했다.

쐐기는 최근 불가리스 사태가 박았다. 대표 유산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불매운동 등 대대적인 역풍을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발에 이어 경찰은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여섯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표절 시비와 오너 일가 비리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그동안 갑질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미지 반전에 힘써온 것들이 허사로 돌아갔다.

지난 3일 이광범 대표가 사의를 밝혔고, 다음날에는 홍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21.5.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잇단 구설수·매출부진으로 끝내 경영포기

결국 남양유업은 설립 57년 만에 오너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다. 홍 전 회장은 1950년 6월12일 서울에서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74년 기획실 부장으로 입사,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르며 경영에 참여했으며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부사장을 지냈다.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며 2003년 회장에 올라 최근까지 남양유업을 이끌었다.

남양유업을 인수하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는 기업체질, 실적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한 경험을 앞세워 남양유업의 경영쇄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기업 인수 후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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