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다음날 출근길 음주운전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하라' 원고 승소

"통상적인 출근 경로서 일어난 사고…위험 현실화"

 

회식 여파로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출근길 교통사고로 사망해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의 아들인 B씨는 지난해 3월말부터 리조트의 조리사로 근무하다 같은해 6월 주방장의 제안으로 저녁식사를 하던 중 협력업체 직원이 합석해 밤 11시쯤까지 술을 마셨다.

B씨의 다음날 출근시간은 오전 5시였다. 근무지까지 차로 20분정도 떨어진 곳에 살던 B씨는 차를 몰고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7%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B씨가 제한속도 시속 70㎞ 구간에서 시속 약 151㎞로 과속운전을 하다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봤다.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아버지인 A씨에게 '출근 중 사고로 사망했지만 음주와 과속운전에 따른 범죄행위로 사망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11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고인(B씨)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해도 출근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고 주방에서의 지위와 음주·과속운전 경위를 고려할 때 고인의 업무와 사망사이의 인과관계는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 위반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그것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반행위와 업무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사고 전날 주방장의 제안과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술자리를 갖게 됐고 채용된지 70여일이 지난 B씨가 주방장과의 모임을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간 B씨는 다음날 출근시간인 오전 5시가 다 돼서 상급자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고 지각시간을 줄이기 위해 급하게 차를 몰던 중 과속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출근경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하는 데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사건 전날 음주나 과속이 사고의 우연성을 결여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른 징벌에서 나아가 업무상 재해성을 인정하지 않아 산재보험법상 보헙급여를 부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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