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놀Z] 유튜브에서 '평생 친구' 찾는 10대들…"구알완! 반튀 안해요"

'슬라임' 영상 아래 '완/13/여자/90/안해요/네네' 댓글 수십개

반모·반위·반박·평반·죽반…무슨 뜻인지 아시겠나요?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유튜브로 '반모방'을 하고 있는데 재밌나 봐요. 유튜브 구독자 300명 돌파했다고 엄청 좋아하네요. 솔직히 저는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18일 유튜브 검색창에 '반모방'을 검색하자 수없이 많은 영상들이 나타났다. 검색 필터를 이용해 '오늘 추가된 영상'만 추려내도 무려 300여개. 평소 유튜브 좀 본다고 자부하는 기자의 눈에도 가히 '미지'의 세계였다.

더 신기한 건 '섬네일'이다. 흔히 섬네일은 강렬한 사진과 짧은 문구로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게 일반적. 그런데 반모방 섬네일에는 녹은 아이스크림 같은 배경 사진에 3~4줄 분량의 문자가 적혀 있었다. 문자도 희미해 읽어내기 어려운 섬네일이 대부분이다. 즉, 조회수에 목적이 있는 건 아닌 듯했다.

(유튜브 캡처) © 뉴스1

◇ 슬라임 영상 올리고 '인맥' 쌓는 10대들


반모방 영상을 재생하니 '슬라임'을 갖고 노는 장면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지는 BGM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타났다.

다 받는 반모방 / 구알 해주는 반모방 / 반모양식 / 구알완 여부 / 나이 / 성별 / 소통률 / 반튀 여부 / 다음 영상 올 건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풀어쓰자면 '반모=반말모드' '구알=구독알람' '구알완=구독알람완료' '반튀=반모하고 튀기'다. 그리고 영상 아래엔 다음과 같은 댓글이 수십여개 달렸다.

댓글1 : 완 / 13 / 여자 / 90 / 안해요 / 네네
댓글2 : 완 / 14 / 여자 / 80 / 안해요 / 네에

즉, 해당 영상은 반말하고 지낼 온라인 친구를 찾는 일종의 '구인 영상'인 것이다. 이들은 영상 게시자가 공지한 양식에따라 본인 스스로 '소통률'을 계산해 밝히고, 반말모드를 맺고 난 후 도망가지 않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유튜브 '반모방' 영상 아래 댓글 © 뉴스1

◇ 반위·반박 그리고 평반·죽반


반말 모드의 목적은 첫째도 소통, 둘째도 소통에 있다. 이들은 나이에 따라 위계질서를 따지고, 반말과 존댓말을 구분해 쓰는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하다고 여긴다. 반모는 MZ세대, 그중에서도 더 어린 10~14세 Z세대들에게 강하게 나타난다. 

반모를 약속한 두 사람은 서로의 영상에 댓글을 달아주며 소통을 이어간다.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규칙'도 있다. 반모를 결성하고도 소통이 부실하다면 '반위'를 받는다. 반박모드 위기를 뜻하는 경고 표시다. 반위를 받고도 소통이 부실하다면 결국 '반박'당한다. 반말모드 박탈을 의미한다.

반모의 단계도 있다. 반모는 '평반'과 '죽반'으로 구분된다. 평반은 평생 반말의 줄임말로 평생 반말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될 것을 약속하는 단어다. 이보다 한단계 진화한 것이 '죽반'이다. 죽반은 죽어도 반말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죽을때까지 반말을 사용하는 사이가 된다는 의미다.

두 사람이 반모를 결성하고, 반위와 반박의 고비를 넘어, 평반에 이은 죽반에 도달하면 이들은 비로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이동한다. 이것이 Z세대가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드는 방법이다.

◇ 10대에겐 유튜브도 'SNS'

주목해야 할 점은 Z세대의 유튜브 활용법이다. 대부분 세대는 유튜브를 OTT로 활용한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라는 의미로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유튜브로 브이로그, 먹방,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을 소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Z세대는 유튜브를 SNS로 활용한다. SNS는 인터넷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이 대표적인 예다. 유튜브 반모방 참여 경험이 있는 이채은양(14)은 왜 유튜브를 이용하냐는 질문에 "재미있는 영상도 보고 친구도 사귈 수 있으니까"고 답했다. 왜 유튜브에서 친구를 찾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친구들이 많으니까"라고 짧게 답했다.

20~30대가 '인스타그램', 40~50대가 '네이버 밴드'를 통해 각종 인맥을 형성하는 것처럼 10대들이 '유튜브'를 통해 친구를 찾는 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유튜브 '텔레파시 반모방' 영상 (유튜브 캡처) © 뉴스1

◇ 텔레파시 반모방의 등장


반모방은 지금도 '진화중'이다. 최근엔 일반적인 반모방에서 한 단계 발전한 '텔레파시 반모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본인과 더 마음이 잘맞는 온라인 친구를 찾기 위해 '퀴즈'를 내는 형태다.

텔레파시 반모방은 △민트초코 호 vs 불호 △후드티 오버사이즈 vs 정사이즈 △좋아하는색 노랑 vs 빨강처럼 영상 속에서 몇가지 퀴즈를 출제하고, 시청자들이 댓글로 답을 다는 형식이다. 문제 출제자는 며칠 후 다시 영상을 게시하며 '텔레파시가 통한 반모자'를 선발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에서 친구를 찾는 10대들이 새롭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온라인 친구 찾기는 과거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며 "현 30대들이 싸이월드에서도 '나랑 친구할 일촌구함' 같은 게시물을 작성한 것처럼 현 10대들은 이를 영상으로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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