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적자 4조원→흑자 2조원…무엇이 정유사 반전 만들었나

정유 4사, 1분기 영업이익 2조2568억원…줄줄이 기록 경신

국제유가 상승·정제마진 개선이 이끌어…상승세 지속할 듯

 

지난해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정유업계가 예년보다 월등한 실적을 줄줄이 기록하며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의 개선이 주된 요인으로, 최근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유 4사는 총 2조25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GS칼텍스(6326억원)의 영업이익 규모가 가장 컸으며 에쓰오일(6292억원)과 SK이노베이션(5025억원), 현대오일뱅크(4925억원) 등 모든 정유사가 대규모 흑자를 냈다.

유례없는 호실적에 다들 새로운 기록을 썼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최근 5년 동안 분기 기준 최고치며 GS칼텍스도 10분기 만에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주사 영업이익의 약 80%를 차지하며 그룹 전체의 '턴어라운드(회생)'를 이끌었고, 지난해 1분기 1조8154억원의 막대한 적자를 본 SK이노베이션은 흑자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반전이다. 정유업계가 이전까지 최악이라고 봤던 시기는 정유 4사가 총 1조1500억원의 손실을 봤던 2014년 4분기인데, 지난해 1분기에는 4조377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낸 바 있다. 1년 만에 6조5000억원 넘게 실적이 좋아진 것이다.

부문별로도 고른 실적을 냈다. 지난해 1분기 정유 4사는 정유·석유 사업에서 4조4222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총 1조4314억원으로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소폭 흑자를 냈던 윤활유·석유화학 사업도 각각 5540억원과 34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 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지난해 4월 원유 수요 급감으로 재고가 증가하면서 원유 저장탱크의 저장량이 탱크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2020.4.2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실적이 급격히 좋아진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의 상승이다.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한 후 수송 등을 거쳐 국내 판매까지 1개월 이상 걸리는데,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그만큼 기존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해 비싸게 팔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배럴당 30달러대에 머물던 두바이유는 올해 들어 계속 오르면서 지난 3월8일에는 배럴당 68.32달러까지 치솟았다. 30달러대에서 산 원유를 60달러대를 기준으로 팔 수 있었다는 얘기다. 1분기 6292억원의 흑자를 낸 에쓰오일의 경우 이런 '재고평가 이익'이 약 28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한다.

여기에 정유사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올해 들어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마이너스에서 배럴당 1달러대 수준이었지만, 최근 3~4달러 수준까지 오르면서 정유사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등을 중심으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개선된 게 주요 원인이다.

2분기에는 1분기만큼의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는 원유 감산과 코로나19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60달러까지 오르면서 막대한 재고평가 이익을 봤다"며 "하지만 수요가 엄청나게 회복되지 않는 이상 국제유가가 지금 수준에서 또 30달러 이상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갑자기 급락하는 일은 없이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특히 하반기에는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휘발유 수요가 증가해 정제마진의 개선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증산과 휘발유·항공유의 수요가 회복되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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