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부 기 꺽었던 아버지, 사법 2차합격에 눈물… 화해”

“제가 극복할 대상은 아버지…누군가 미워하는 것 참 품 많이 드는 일

“합장해 함께 모셨으니 잘 지내시겠다…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

 

“아버지는 고시생 시절 말없이 생활비를 통장에 넣어주시고, 병상에서 전한 사법시험 2차 합격 소식에 눈물로 답해주셨습니다. 그때서야 우리 부자는 때늦은 화해를 나눴습니다. 제 청춘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던 순간입니다.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네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돌아보면 제가 극복해야 할 대상은 가난이 아니라 아버지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일은 참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니까”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부모님 성묘에 다녀온 건 지난 한식 때”라며 “코로나 방역 탓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1년 만에 찾아뵐 수 있었다. 입혀놓은 떼가 잘 자라고 있는지 잡초는 무성하지 않은지 그 제서야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어김없이 제 고향 안동에는 진달래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따스한 햇볕과 산이 내뿜는 서늘한 공기, 고요히 부는 산들바람에 어쩔 수 없는 촌놈은 어릴 적 뛰놀던 시골 풍경이 살갑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을 한 명의 인간으로 연민하게 될 때 조금은 철이 든 것이라고 한다”며 “공부 좀 해보겠다는 제 기를 그토록 꺾었던 아버지이지만 사실은 학비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청년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모질게 하셨겠다. 저의 10대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필사적으로 좌충우돌하던 날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고시생 시절 말없이 생활비를 통장에 넣어주시고, 병상에서 전한 사법시험 2차 합격 소식에 눈물로 답해주셨다. 그때서야 우리 부자는 때늦은 화해를 나눴다. 제 청춘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던 순간이다.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합장하여 두 분을 함께 모셨으니 토닥토닥 잘 지내시겠다. 떠나시기 직전까지 자식 형제들 걱정하던 어머니, 이제 제 꿈에 나타나 걱정 안 하시도록 잘 하겠다. 마음고생만 시킨 못난 자식이지만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저도 장성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무뚝뚝한 우리 아들들과도 너무 늦지 않게 더 살갑게 지내면 좋으련만. 서툴고 어색한 마음을 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핑계로 슬쩍 적어본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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