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 걸고 무상급식 반대했던 오세훈, 180도 달라진 이유는?

국무회의서 "유치원·어린이집도 무상급식 필요" 제안

'무상급식 반대' 10년간 꼬리표 탈피·중도층 지지 확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전 시장 사퇴의 결정적인 원인인 '무상급식' 반대 이슈를 이번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확대 적용하자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오 시장은 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유치원 무상급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역차별을 막기 위해 어린이집 급·간식비 현실화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2011년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서울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당시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임기 중 중도 사퇴했다.

이후 10년간 야인 생활을 지내고 돌아온 오 시장이 이번엔 유치원에 이어 어린이집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유치원 무상급식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조 교육감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유치원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 등 11개 교육 의제를 제안했고, 김 의장도 "유아기 아이들 또한 따뜻한 식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유치원 무상급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오 시장에 제안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시 교육청과 시의회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이날 국무회의에서 "유치원 무상급식 추진을 위해 시의회와 논의 하에 정확한 급식단가의 산출과 지원 재정부담 산정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유치원 무상급식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유치원 무상급식 추진에 따른 어린이집 역차별을 우려하며 어린이집 급·간식비의 현실화도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복지 철학인 '선별복지'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하고 있다.

10년 전 초등생 무상급식을 반대한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안심소득'과도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심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대신 중위소득 이하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서울시에서 시범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복지 정책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저의 원칙이나 잣대를 들이대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급식의 문제는 이미 초·중·고에서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은 균형을 맞추는 등 미세조정해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오 시장의 행보를 두고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무상급식 반대' 프레임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도 무상급식이 필요하다고 이슈를 선점하며 중도 지지층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무상급식을 앞장서 주장하며 그동안 오 시장을 따라다닌 '무상급식 반대'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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