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마지막 길, 하늘 비 그치고 햇살로 배웅했다

차분·엄숙한 분위기 속 하관예절…염수정 추기경 집전

 

명동성당에서 고(故) 정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진행되던 오전 10시부터 경기 용인시 모현읍 서울대교구 천주교 공원묘지 성직자 묘역에는 추모객 2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일부 추모객은 성직자 묘역에 미리 파놓은 정 추기경 장지를 살펴보고 바로 옆 김수환 추기경 묘소에서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서울 수서성당에서 왔다는 한 남성 추모객은 “교계의 최고 어르신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하고 싶어 왔다”며 “어머니 같은 포근함을 주셔서 더 애착이 갔던 분”이라고 추기경을 회고했다.

일부 추모객은 휴대폰 유튜브로 생중계되던 장례미사를 시청하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하늘도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빛으로 배웅하겠다는 듯 이날 이른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장례미사가 시작된 10시께부터 그치며 햇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오후 1시15분께 운구 행렬이 묘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추모객도 100여명으로 늘어 있었다.

5분여 뒤 염수정 추기경이 하관예절의 시작을 알리자 성가와 기도 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추기경을 품은 관이 운반됐다.

하관예절은 차분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염수정 추기경 등 주교단과 유족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염 추기경이 기도를 올리는 도중 관은 가로 1m, 세로 2.2m, 깊이 1.2m 크기로 미리 파 놓은 장지 위 거치대에 놓였다.

성가가 울려 퍼지자 묘지 관리원들이 관을 땅 속에 내려놨다. 하관이 끝나자 염 추기경이 다시 성수를 뿌렸다.

삼나무로 만든 관에는 정진석 추기경의 사목 철학, 사목 지역, 사목 목표 등이 담긴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염수정 추기경이 고 정진석 추기경의 관에 성수를 뿌리고 있다. © News1 김평석 기자

문장은 고인이 주교 서품을 받을 때 직접 작성한 것이다.

민족의 평화, 복음화, 불의에 항거하는 정의, 하느님을 섬기는 백성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아래쪽 띠 속에는 사목 표어인 'Omnibus Omnia'(모든 이에게 모든 것)가 적혀 있었다.

사도 바오로의 서한에서 뽑은 구절로 며칠 뒤 정 추기경의 묘소에 세워질 묘비명이기도 하다.

주례자의 인도에 따라 추도객들은 묵주기도를 올렸고 정 추기경임을 표시하는 ‘동래 정씨 진석 니콜라오 지묘’라는 글이 적힌 '명정(銘旌)'이 관 위에 올려졌다.

명정 위에 한지가 놓이고 관을 묻은 뒤 덮는 널조각 '횡대(橫帶)'가 올려졌다.

주변으로 주교들이 도열했고 염 추기경이 성수를 뿌린 뒤 주교와 유족들의 순서로 흙을 뿌렸다.

오후 2시께 묘지 관리원들이 봉분의 흙을 다시 덮고 염 추기경을 비롯한 주교단이 퇴장하면서 하관 예절이 끝났다.  

정진석 추기경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과 용인 출신의 김옥균 주교 옆자리에서 본인이 원하던 대로 하느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었다.

추기경은 지난 27일 오후 10시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