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동거 '가족의 재구성'…"100세 시대, 누구에게나 일어날 일"

정부, 가족개념 확장…신혼·4인가구 중심 정책 변화 거부감

제도 마련 함께 인식개선 캠페인…"나도 수혜" 공감대 필요

 

정부가 비혼·동거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도록 가족 개념을 넓히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침에 환영하면서도 해당 정책이 사회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인식·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가족부는 27일 5년간 가족 정책의 뼈대가 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기본계획에는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기반 구축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 여건 보장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강화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 환경 조성 등 4개 영역별 정책과제가 담겼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에서 벗어나 가족의 개념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혼인·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동거 및 사실혼 가정이나 학대 아동 위탁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와 민법 제799조를 개정하기로 했다.

◇국민 70% "생계·주거 공유하면 가족 될 수 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서는 가족의 정의를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적 기본단위로 규정하며, 민법 제799조에서는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가족 범위로 인정한다.

이는 다양한 가족 구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다. 지난해 여가부가 19세 이상 7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9.7%에 달했다.

또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뤄진 가구 비중이 2010년 37%에서 2019년 29.8%로 감소하는 반면, 2인 이하 가구가 전체 가구의 58%에 달한다는 것도 실제 가족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송인 사유리. (사진제공=사유리 인스타그램) © 뉴스1


전문가들은 사회적 공감대가 높은 편이라고 해도 여가부의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대 측을 설득하는 동시에 주거·의료혜택 등 세부지침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가족의 개념을 넓히겠다는 정부의 결정에 여전히 반대가 만만치 않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은 여가부의 발표에 입장문을 내고 "전통적 가정과 가족의 해체와 분화를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다양한 동거인에 대한 분별없는 보호와 지원계획이 혼인과 가족제도의 해체를 의도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변화에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반대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어린아이들부터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교육을 시키고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을 위해 홍보, 캠페인, 교육 등이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가족·가구 형태의 변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전통적 가족제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끼리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1인가구의 주거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시민연대라는 점을 캠페인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고 밝혔다.

그는 100세 시대에 1인 가구나 동거 가정 등은 생애주기에 따라 누구나 속할 수 있는 가족의 형태고, 변화를 통해 본인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주거, 의료보험, 세제혜택 등 정책 함께 변화해야

또 가족의 개념이 다양화되더라도 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부모든 비혼 출산이든 아이가 있는 가정을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면 가족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다양화될 수 있다"며 "혼인한 정상가족 중심으로 지원하는 신혼부부 행복주택도 아이를 낳은 모든 가정이 들어갈 수 있게 가족행복주택으로 바꾸는 등 제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김 교수도 "여가부의 발표가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신혼부부 중심으로 혜택을 주고 있는 현재의 주거 정책, 4인가족을 중심으로 돼 있는 의료보험 정책과 세제혜택, 가족수당 등을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4.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