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불가피"…또 원칙론 내세운 정부 '풍전등화'

표심 읽은 정치권, 불공정 분노 청년…대주주 논란 반복되나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소득의 20%를 세금으로 걷기로 하면서 2030 투자자를 중심으로 조세 저항이 확산하고 있다. 표심을 읽은 여당에서는 '과세 유예'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는 추세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는 계획대로 간다"는 원칙론을 밝혔다.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정부 원칙론을 이긴 지난 '대주주 기준' 선례를 봤을 때, 정부는 다시 한 번 투자자와 정치권 사이 십자 포화에 놓일 것으로 예측된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 또는 대여해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율 20%로 분리 과세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10월에 이를 시행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세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시행은 3개월 뒤로 미뤄졌다.

◇"코인·주식 세금 왜 달라?"…2030 '공정' 역린 건드려

이번 논란은 올들어 코인 가격 급등에 따라 2030 세대가 너도나도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들면서 확대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과 다를 바 없는 금융투자 자산인데 반해, 추후 부과될 세금은 가상자산이 훨씬 무겁다는 점이 마치 불공정한 차별처럼 와닿은 것이다.

실제로 기재부가 예고한 두 자산의 과세 방침을 살펴보면 기본 공제 금액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는 기본 공제가 5000만원이고 손익통산 이월공제도 5년간 적용한다. 반면 2022년부터 시행하는 가상자산 과세는 기본 공제 250만원에 손익통산도 1년이 한계다.

지금껏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 마련에 냉담했었는데, 이제 와서 세금은 더 부과하려 한다는 불만이 폭발하게 됐다.

이런 차이는 특히 청년들에게 역린과 같은 '공정' 인식을 건드린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4.27/뉴스1

◇정부 "미술품 팔아도 세금 물려…계획대로 과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소득은 조세 형평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과세는 그대로 진행이 되게끔 한다"고 말했다.

과세 계획을 설명하며 '미술품' 예시를 들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미술품을 거래해 이득이 나도 기타소득을 과세한다"며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생긴 소득에 과세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 즉 암호화폐는 커런시(통화·currency)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가상자산이 화폐를 대체하는 것으로 오해가 될까 말씀드린다. 형태가 없지만 시장에서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고려되는 무형의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가격이 실물 기업의 성과와 연동되면서 기업에 도움을 주는 주식과, 뚜렷한 가치 평가가 덜 이뤄졌고 아직 제도화가 미비한 코인은 서로 같게 볼 수 없단 뜻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조세 정책을 담당하는 기재부 안에서는 이런 측면에서 가상자산을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 자산으로 취급하는 데 조심스러운 기류가 지배적이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조세저항, 2030 표심에 '흔들'…정부 또 수난 겪나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올해 도입하려다 무산된 주식 대주주 기준 완화(10억원→3억원) 때와 '판박이'라고 분석한다.

기재부는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고 했으나 투자자들의 집단 반발과 이에 따른 정치권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당시에도 과세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했고, 심지어 사표까지 내는 강수를 뒀으나 소용이 없었다.

최근 가상자산 과세도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조차 '유예'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정부와 정치권 사이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은 나아가 가상자산 투자를 합법적이고 제도화된 경제 활동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정책위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이처럼 제도화 전까지 과세를 미루자는 여당 측 현실론과 정부의 원칙론이 부딪힐 경우 최근 정치 역학 상 전자가 이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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