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코인이 아니야"…'사다리' 사라진 2030의 절규

[돈복사 광풍]부동산·주식에서는 소외된 2030 "마지막 희망은 코인뿐"

암호화폐 위상도 4년 전과 달라…"조정 후 상승할 것" 


"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운율은 반복된다."(마크 트웨인)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에 1차로 불었던 암호화폐 열풍은 2021년에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 같지만, 그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거시경제뿐 아니라 투자자들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투자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암호화폐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두고 암호화폐를 '사다리가 끊어진 시대'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9년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월급으로 '내 집 마련' 불가능해진 2030…"암호화폐가 마지막 기회"

지난 2017년과 올해 암호화폐 광풍 간에 가장 큰 차이는 '사다리' 문제로 보인다. 갭 투자 등 다른 자산 증식 방법이 있었던 지난 2017년과 달리, 암호화폐가 계층 사다리를 이동할 마지막 희망이 됐기 때문이다.

80~90년대에 태어난 현 2030세대는 부동산 갭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는 기성세대의 자산 증식 방법이 불가능해진 세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유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큰 폭으로 제한하는 등의 부동산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부동산 정책에도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9993만원까지 치솟았다.

월 평균소득이 각각 221만원과 335만원에 불과한 20대와 30대의 경우,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테슬라 주가 추이(CNBC 차트 갈무리). © 뉴스1


◇2030세대, 주택 대신 국내주식, 해외주식, 암호화폐로 눈 돌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2030 세대가 먼저 몰렸던 곳은 코로나19 이후 폭락했던 '국내주식'이었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은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신규 개인 주식 계좌만 202만개에 달해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또 증시가 회복했던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신용대출은 매달 3조원씩 증가했다. 더 큰 수익을 위해 '빚투'까지 불사한 것이다.

코스피가 안정세를 찾아 큰 수익을 보기 힘들어지자 2030세대가 찾은 곳은 상·하한가가 없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해외주식이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이 발간한 '서학개미가 쏘아 올린 공'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해외주식계좌의 연령별 비중에서 2030세대의 비중은 전체의 64.5%에 달했다. 이들은 단기간에 급등한 테슬라·애플 등 미국 기술주에 쏠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8천만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1.4.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결국 종착지는 '변동성' 끝판왕 암호화폐…"신규가입자 65%가 2030"

'빚'을 통해서라도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2030세대가 결국 변동성이 가장 큰 암호화폐 시장으로 쏠린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권은희 의원(국민의당)이 지난 21일 공개한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4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가입자 249만5289명 중 2030세대의 비중은 65.5%에 달했다. 10명 중 6명 이상이 2030세대인 셈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원하는 수준의 수익을 제공했다. 실제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에서 최근 6개월간 상승률 상위를 기록한 암호화폐 △칠리즈(5321.49%) △ 쎄타퓨엘(3239.13%) △스톰엑스(2680.59%) △비트토렌트(2464.10%) △메디블록(2375.25%)은 수십배의 가격 상승을 이뤄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도 "투자업계에 있으면서 피부로 느끼는 건 요즘 2030 투자 트렌드가 주식보다는 암호화폐 쪽으로 많이 새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등락폭이 크다보니 두려움에 암호화폐에는 큰 규모로 투자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탕주의? 좋은 시절에 자산 불리고 기회뺏은 기성세대 자격 있나"

실제 2030세대들도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이유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30대 직장인 송창훈씨(33)는 "지난해말 전세 계약이 끝나갈 때부터 집을 알아보러 다녔는데, 겨우 몇달 사이에 전세는 1억~2억원씩 오르고, 매매가는 그보다 더 올랐다"며 "월급 모으는 걸로는 답이 없는데, 암호화폐 투자로 '대박'만 난다면 언젠가 집을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오모씨(29·여)는 "사실 투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테슬라로 주변 사람이 수익 1000%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뒤늦게 해외주식 투자를 알아보다 너무 늦어 재미를 보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암호화폐 투자로 노선을 틀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한탕주의니, 도박이니 하는데, 자기들은 '좋은 시절'에 서울에 집 사서 갭투자로 자산 불려온 기성세대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뻔뻔한 것이 아니냐"며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봐야 집 하나 구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놓은게 누군지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4년 전과는 다르다…기관·기업도 투자하고 결제수단 인정받기도

2030세대들은 올해 암호화폐 열풍은 순식간에 폭락했던 4년 전 열풍과는 다른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의 후폭풍으로 암호화폐 시세가 급락했지만, 이에 대해 4년전 '박상기의 난'과는 달리 '조정 후 상승할 것'이라는 반응도 곳곳에서 관측된다.

이들의 믿음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차원에서 암호화폐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에는 개인 투자자가 주를 이뤘고, 이들의 '믿음'이 사라지자 거품이 꺼졌다. 그러나 올해는 기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왔다.

미국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상품 규모는 지난 1월 기준 247억달러(약 27조588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그레이스케일의 기관투자자 비중은 93%다.

이외에도 글로벌 결제 플랫폼 페이팔 역시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했고, 테슬라도 비트코인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기관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