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출범 3개월인데…트럼프 시대 머문 한국 외교

"전략적 모호성 경도…'동맹 네트워크' 외교서 뒤처져"

"싱가포르 합의 계승 등 '대북정책 괴리'도 일부 감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지 3개월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미외교는 아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먼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지나치게 '전략적 모호성'에 경도돼 있다는 관측이다. 동맹국을 이익의 관점에서 바라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차이는 확연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맹복원 행보에 매진하며 '동맹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외정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참여 협의체) 등 '동맹 네트워크' 합류를 미룬 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톱다운 외교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쿼드 참여국들과의 협력 공고화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사상 첫 정상회의를 가지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정신을 통해 대중견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다음 달에도 정상회의가 소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쿼드 협의체 확대를 통한 대중견제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쿼드 참여국들 간의 협력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백신전쟁' 속에서도 쿼드 참여국들 간 협력은 망설임 없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쿼드 참여국들은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백신 생산부터 접종 체제까지 일관되게 협력하는 틀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일 '쿼드 백신 전문가 그룹' 회의를 통해 내년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최소 10억 회분이 개도국(아세안, 태평양도서국 등)에 지원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개도국 지원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쿼드 국가들의 '비공식 협력'이 당연히 예상된다는 평가다. 쿼드 국가 간 생산·운송 협력 등 '자체적인 공급망' 강화가 전제 돼야 다른 국가에게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6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제약사 최고경영자와 통화를 갖고 백신을 추가 공급받기로 한 사례도 있다. 또한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화이자 백신을 들이기 위해 화이자 측과 최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때보다 동맹 네트워크를 훨씬 더 강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산술적 중립을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접근법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대한 협력의 불확실성을 가지지 않게 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중국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대북사안도 트럼프 시대 '대처법'에 멈춰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며 북한에 선(先)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는 데 반해,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전임 트럼프 대통령 간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가 하루빨리 마주 앉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북미가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며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비핵화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간의 지난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경고'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있어 미중 간 협력이 절대적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성과가 없는 북미 정상간의 '이벤트성' 만남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또한 그는 '트럼프 지우기'에 매진하고 있다. 취임 후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을 밟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조의 일환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전문가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등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일부를 파악했을 것"이라며 "이를 감안한다면 이번 문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은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 빠져있는 내용을 언급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을 그대로 두면 한반도 긴장이 조성될 수 있으니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탑다운 방식 접근은 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안된다'고 했고 이번 미국 정부의 특성이 지도자와의 친분과 신뢰가 아닌 가치 외교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일정 정도 괴리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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