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 은퇴, 그냥 쉬게 하는 건 사회적 큰 낭비…10년 일자리 매칭"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잘나가던 회사원 그만두고 꿈 좇아 창업

취업률 60% 입소문 타고 교육프로그램 지원자 몰려…경쟁률 5:1

 

"유명 대기업에서 부장, 임원 등을 지낸 인재들이 50대 초반에 은퇴해 방황하는 것을 많이 봤어요. 능력 있는 사람들을 쉬게 하는 건 사회적으로 큰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다. 상상우리는 '상부상조하는 우리들'이라는 뜻이다. 중장년 취·창업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신 대표는 원래 잘 나가는 회사원이었다.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 졸업 이후 헬스케어 관련 회사에서 신사업을 개발하는 일을 하다 외국계 시장조사회사로 옮겨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이 곳에서는 빅데이터를 다루며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어떤 약을 처방받는지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를 클라이언트에게 판매했다. 일에 대한 보람도 있었고 처우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대학교 때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며 품은 창업의 꿈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10여년 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우연치 않게 사회적 기업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공부를 하다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먼저 땄습니다. 이후 경영지도사 자격증 강의를 하는데 청중 가운데 중장년이 유독 많았습니다. 유명 대기업에서 부장, 임원 등을 지낸 인재들이 50대 초반에 은퇴해 방황하는 것을 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쉬게 하는 건 사회적으로 큰 낭비'라고 생각했고 2013년 직장을 나와 상상우리를 창업했습니다"

상상우리는 중장년 역량 개발에 특화한 콘텐츠를 발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직원수는 3명에서 40여명까지 늘어났고 매출도 매년 50~6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상상우리 사무실에서 신 대표를 만났다. 

◇상상우리, 중장년 재취업 위한 실무교육·일자리 매칭

신 대표는 주로 청년층에 집중돼 있는 일자리 정책에 더해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일자리 솔루션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이 부분에 주목해 중장년들의 재취업을 돕는 회사를 만들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15.7%다. 20년 후인 2041년에는 33.4%, 27년 후인 2048년에는 37.4%로 전망된다. 국내 인구 셋 중 한 명이 노인이 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금의 중장년 세대들은 70대 이후에도 경제 활동의 많은 부분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 회사는 결혼정보회사로 비유하면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며 "중장년층이 재취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실무능력들을 코칭해 주고, 그에 맞는 일자리를 제시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호기롭게 회사를 세웠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지금과 달리 퇴직 이후의 삶은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강해 사업 초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 당시 30대였던 신 대표를 향해 '젊은 사람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중장년 대상 사업을 하냐'는 업계의 비아냥거림도 들어야만 했다.

신 대표는 "중장년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중장년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꾸준히 중장년 취업 교육을 진행하고 일자리를 발굴해 매칭하다 보니 회사 문을 두드리는 중장년층이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일자리 연결, 일자리 발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결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온라인 마케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상상우리에서 중장년 대상 재취업 교육이 진행 중인 모습. (상상우리 제공)

◇교육프로그램 경쟁률 최대 5:1까지…"치열한 면접토론 펼쳐져"

상상우리는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현대자동차 등과 협업해 진행하는 '굿잡 5060'을 비롯해 중장년의 사회공헌 일자리로 재취업을 돕는 '뉴스타트' 프로그램, 이외에도 각종 창업 관련 프로그램과 공공구매 전문가나 행정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중 대표격인 '굿잡 5060'은 국내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기획한 첫 번째 일자리 프로젝트다. 상상우리가 중장년분들의 교육과 취업 알선 등을 맡고, 현대차가 상상우리에 교육 비용을 지원한다. 5주 동안 10회에 걸쳐서 중장년들을 교육하고,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는 사회적 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취업을 연계한다. 굿잡 5060 프로젝트 참가자의 취업률은 60% 이상이다.

이러다 보니 신청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신청서를 받은 후 심사를 거쳐 교육생을 선발하는데 지난해 경쟁률은 5대 1이 넘었다. 심사 과정에는 토론면접 평가도 진행된다.

다수의 지원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 토론을 진행하는데 이 때 1명당 발언 시간은 1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형성된 중장년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주어진 발언시간을 훌쩍 넘겨 서로가 머쓱해지는 에피소드도 종종 발생한다.

신 대표는 "이들이 실제로 재취업됐을 때 젊은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데 말을 길게 하면 아무래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지원자들에게 두괄식으로 말하는 습관을 갖도록 알려준다. 먼저 답을 얘기한 뒤 그에 대한 설명을 붙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률을 뚫고 상상우리에 들어오는 교육생들은 문서 작업하는 법, 협업툴 사용법, 엑셀, 파워포인트 등 실무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들을 익히며 취업을 준비한다.

신 대표는 "우리 프로그램을 거쳐 취업한 시니어분이 근무 도중 법인 통장 개설을 못해 다른 사람에게 시켜달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실무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진행한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청년들의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한 교육을 하기도 하고 젊은 세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습 과정을 진행하기도 한다.

◇중장년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

상상우리에서 재교육을 받는 중장년들은 앞서 기업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 은퇴한 평균 50대 중반이 대다수다. 이들은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을 총괄 관리하는 역할로 재취업을 하거나 직접 소셜미션을 내걸고 창업을 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찾아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화이트칼라셨던 분이다. 중견기업 이상되는 회사에서 부장급 직위에 계셨던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그동안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살다가 그것이 한 순간에 사라지니 공허함을 느끼면서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분들은 그간 자신들이 겪은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와 인사이트가 가장 큰 무기이자 장점인데 이것을 낭비하지 않고 다시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과제"라고 말했다.

은퇴한 중장년들에게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소속감을 부여해 만족감을 주는 것이 상상우리의 목표인 셈이다. 일자리 매칭을 할 때도 1~2년 정도 일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일자리 발굴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쌓인 기업 네트워킹이 있고 이에 더해 지속적으로 신규 채용기업을 직접 연락해 발굴하고 있다"며 "또 언론이나 정부·민간단체들을 통해 회사가 많이 알려지다보니 사회적 경제기업 같은 곳에서는 먼저 연락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060 채용의 장점을 더 많은 기업에 알리고 싶다"며 "중장년은 축적된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이직률도 상대적으로 낮으며, 인건비 측면에서도 유리해 기업의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점들이 많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 분은 증권회사에서 일하셨던 분을 재취업시켜드린 적이 있는데 이분이 취업 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청소와 책상 정리를 직접 해주셨고, 모든 사업 관리를 엑셀로 정리해주셨다"며 "이후 회사 내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고, 해당 회사의 대표가 그분께 재정관리를 믿고 맡길 정도로 회사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것이 시니어의 힘"이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상상우리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 (상상우리 제공)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IT회사로 발전 목표"

상상우리의 전체 직원 수는 40여명. 그중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며 나머지 절반은 20~30대다. 50대 이상 직원들은 단순히 관리직을 맡는 것이 아니라 젊은 직원과 똑같이 실무를 맡고 있다.

나이 많은 직원이 어린 직원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하는 문화가 아니라 수평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보니 세대 갈등도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신 대표의 목표는 중장년의 일자리 취향을 가장 잘 아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네트워크만을 활용해서 취업을 연계하는 게 아니라 '워크위즈'라는 중장년 일자리 플랫폼을 이용해 교육·상담 회사를 넘어 IT 회사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신 대표의 꿈이다. 신 대표는 이를 위해 중장년 일자리와 관련된 빅데이터 연구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중장년 채용을 경험한 기업이 또다시 중장년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며 "재취업과 재고용에 대해 당사자들의 전향적 사고가 필요하다. 피트니스로 몸을 단련하듯 재취업 역량을 높이는 프로그램과 맞춤형 전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업률 같은 단기성과에 목매지 않고, 중장년들이 스스로에 대한 시야를 넓혀 가능성을 찾아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상우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진행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성장집중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7개사 중 1곳으로 선정돼 사업화자금 1억여원을 지원받는다. 또 연구개발, 판로개척, 홍보광고, 해외진출, 인프라 구축 등 기업 역량강화에 필요한 분야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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