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어 공시가격까지'…충돌 앞둔 '국토부 vs 서울시'

국토부-서울시 '핑퐁게임'하듯 정책 주고받을 수도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국토교통부와의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 시장이 지난 8일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와 '공시가격 재조사' 등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과 결이 다른 행동을 이어가면서다.


12일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 시장과 국토부와의 충돌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 차원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추진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지난 1년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동결을 협의하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공시가를 더 급격한 속도로 올리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협의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지나치게 급격하게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공시가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원희룡 제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전국 평균 19.08%의 상승 폭을 보인 공시가격을 두고 국민적 불만이 들끓는 상황이어서 자칫 국토부와 지자체의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시가 자체 조사를 통해 오류를 찾아내더라도 국토부가 이를 반영해 공시가격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공시가격 감정평가 자체가 무엇에 가중치를 두냐에 따라 엿가락처럼 바뀔 수 있는 부분이고 경우의 수도 다양하다"며 "'공시가격 현실화'가 지상 과제인 현 정부에서 이를 용납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을 채운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3단지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News1

앞서 오 시장은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완화를 놓고도 국토부와 일전을 예고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목동 신시가지 12단지, 마포 성산시영 등 이미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으나 서울시가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는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행정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오 시장은 "시장 취임 후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제는 재건축 규제를 한꺼번에 완화할 경우 겨우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이러한 이유로 안전진단 기준을 옥죄는 등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부동산114가 지난 9일 공개한 주간 통계에 따르면, 오 시장이 취임한 4월 둘째 주 서울 집값 통계에서 영등포구(0.11%)와 양천구(0.07%) 등의 집값 상승 폭이 서울 전체 평균(0.05%)을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이들 지역의 집값이 오른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전후로 퍼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4대책의 효과를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형성되는 가운데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4.1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다만 오 시장과 국토부가 충돌하더라도 오 시장의 뜻대로 관철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이었던 용적률 완화와 한강 변 35층 층높이 제한만 하더라도 서울시의회의 의결이 필요한데, 서울시의원은 109명 가운데 101명이 여당일 정도로 여초(與超)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이러한 구도를 의식한 듯 11일 국민의힘과의 부동산 정책협의회 직후 기자들에게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시의회와 협의할 생각"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서울 도심 32만 가구 공급' 등 일부 정부 계획 역시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 시장과 여권이 적절한 수준에서 주고받는 핑퐁 게임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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