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한강·청계천 봄날의 밤은 해방구…야외 술판 '적신호'

노마스크 8~10명 밀착 위태…경찰 해산요청도 무시

새벽 모텔·게스트하우스로 이동…인근 공원도 득시글

 

"밤 10시가 되면 그때부터 여기선 파티가 시작됩니다."

선선한 봄날씨가 밤에도 이어지면서 술집·유흥시설 등이 문을 닫는 밤 10시 이후 야외에서 2차·3차 술자리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10시 영업제한'과 '5인 이상 집합금지', 거리두기 같은 방역 지침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불금'이던 2일 오후 10시쯤 <뉴스1>이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 거리에는 술집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큰길뿐만 아니라 작은 골목에 모여있는 이들까지 100여명은 족히 넘었다.

홍대놀이터 앞 편의점에는 술과 안주거리를 사려는 사람들이 10명 이상 몰려 줄을 서야했다. 이 편의점에는 오후 11시가 넘어서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노점 가판대 위에 걸터앉거나 문이 닫힌 상점 앞 바닥에 앉아서 술병을 기울였다. 실내에서는 4인씩 모였을 이들도 야외에서는 8~10명씩 무리를 지어 있었다. 모르는 이들끼리도 친구가 돼 흥을 즐기는 모습은 야외 '클럽'을 연상시켰다.

편의점 맥주부터 소주, 와인 등을 병째로 들고 마시던 이들은 마스크를 벗거나 '턱스크'를 한 채로 밀착해 있었다. 어깨동무하거나 얼싸안고 고성을 지르는 이들에게서 '방역지침 준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서 빈 병을 수거하던 A씨(70대)는 "최근 들어 병을 수거하려고 나오는데 매일 이렇게 사람들이 나와있다"며 "특히 오늘이나 주말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11시까지 인근 지구대에서 경찰이 3차례 출동해 해산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이렌을 켜고 계도하던 경찰도 결국 자리를 떴다.

홍대놀이터 근처에서 와플 가게를 운영하는 임모씨(67)는 "날이 풀리면서 요즘 들어 밤 10시 이후에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경찰차가 매일 왔다갔다 하는데도 사람들은 그대로 있거나 흩어지더라도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인근 포장마차 주인 박모씨(40대)는 "홍대놀이터가 폐쇄되니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아예 거리에 나앉아서 술을 마신다"며 "여기서 놀다가 새벽에는 근처 모텔, 호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는데 이들을 막을 수 있는 거냐"며 우려했다.

실제로 헌팅포차 등 유흥주점이 모인 길목에도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이들 20~30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20대 남성들이 "방을 잡아서 같이 술을 마시자"고 여성들을 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근처 술집에서 나온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잔디밭뿐만 아니라 공원 근처 계단도 가득 찼다.

편의점은 라면과 맥주를 사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한강 앞 계단이나 잔디밭에 모여서 라면을 먹었고 자연스레 마스크를 벗은 사람도 늘어났다.

한강에 설치된 그물망에도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누워있는 등 거리두기가 전반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한강을 찾은 이모씨(25)는 "실내보다 야외가 안전할 것 같아 한강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며 "다들 마스크를 벗고 있어 걱정돼 더 신경 써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밝혔다.

1일 오후 10시20분쯤 청계천에 앉아 술자리를 이어가는 사람들© 뉴스1


◇평일 밤 청계천 곳곳에서 다닥다닥 술판 벌어져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야외에서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일 찾은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도 10시 이후 야외 술자리를 즐기는 무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밤 10시가 되자 술집에서 나온 사람들은 청계천 앞 편의점으로 이동해 2차에서 맥주와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구매했다. 

2~4명씩 모인 이들은 청계천을 따라 마련된 돌계단, 녹지대 등에 앉아 술자리를 이어갔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씨(20대)는 "밤 10시쯤에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기 시작한다"며 "밤 10시 지나 술과 치킨을 사가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끔 5인 이상씩 모여서 오는 손님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밤 10시에 술자리가 끝나고 아쉬워 동료들과 청계천을 찾았다는 직장인 B씨(31)는 "확진자가 계속 나와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답답해서 왔다"며 "실내보다 덜 위험하니 마스크를 잘 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