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좋아요'와 '싫어요'가 사라진다…'따봉'의 역설

최근 유튜브에서 '싫어요' 감추는 실험…인스타도 '좋아요' 수 가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별점 폐지… '따봉'(좋아요) 권력 내려놓는 모습

 

'좋아요', '싫어요'가 사라진다.

최근 유튜브는 '싫어요' 수를 감추는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스타그램도 '좋아요' 숫자를 숨기는 기능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용자 반응으로 성장해 온 플랫폼이 스스로 '따봉'(좋아요) 권력을 내려놓는 모습이다. '구독'과 '좋아요'를 앞세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활발한 콘텐츠 생산과 이용자 점유 시간을 확보했던 SNS·미디어 플랫폼의 순환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나친 '따봉' 경쟁이 오히려 건전한 서비스 생태계를 해친다는 판단이다.

◇점점 축소되고 사라지는 '좋아요'·'싫어요'

유튜브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자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싫어요'를 누른 숫자를 감추는 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수 주 내 '싫어요' 숫자가 표시되지 않는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될 예정이다. '싫어요' 버튼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유튜브가 공개한 새 UI 디자인에 따르면 '좋아요' 수는 표시되는 반면, '싫어요' 버튼 밑에는 숫자 대신 '싫어요'(Dislike)라는 문구가 표기된다.

 

이번 실험의 대상이 된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스튜디오를 통해 '좋아요'와 '싫어요'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 시청자 역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과 노출되는 영상을 조정하기 위해 '좋아요'와 '싫어요'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이에 앞서 인스타그램은 2019년 5월 일부 국가 이용자에 한해 '좋아요' 수를 보여주지 않는 기능을 시범 적용했다. 해당 기능이 적용된 이용자는 게시글의 '좋아요' 숫자가 보이지 않게 된다. 한국 이용자에게도 같은 해 11월부터 해당 기능을 확대 적용했다. '좋아요' 숫자 대신 'OO님 외 여러 명'이라는 문구가 표시되는 식이다. 계정 소유자만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고, 타인은 해당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 아이디만 볼 수 있다.

같은 해 5월 유튜브는 구독자 수를 세부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축약된 숫자가 노출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예를 들어 13만3017명의 구독자를 지닌 구독자 수 공개 채널의 경우 133k로 구독자 수를 표기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만, 천 단위로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보여준다.

◇왜 사라졌나…'따봉'의 역설

이처럼 '좋아요'와 '싫어요'가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배경에는 서비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SNS·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초반에는 수치화된 '좋아요'나 '싫어요'가 콘텐츠 경쟁을 부추겨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서비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엔 눈으로 보이는 수치들이 이용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줘 콘텐츠 생산을 멈추게 하는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따봉'의 역설이다.

이번 유튜브의 실험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피드백을 받아 진행됐다. 유튜브 측은 '싫어요' 수가 크리에이터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좌표를 찍고 '싫어요' 수를 의도적으로 늘리는 어뷰징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싫어요' 버튼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이에 대해 유튜브는 '좋아요'와 '싫어요' 수를 모두 숨기는 방안, '싫어요' 버튼을 누를 때 추가 상호작용을 넣어 무분별한 '싫어요' 누르기를 막는 방안, '좋아요'와 '싫어요' 버튼을 완전히 없애는 방안 등 세 가지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담 모세리(Adam Mosseri) 인스타그램 대표가 2019년 3월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3.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2019년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 'F8'을 통해 "우리는 인스타그램이 경쟁을 부추기는 공간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압박감을 훨씬 덜 받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의 건강을 말한다. 하지만 결국 서비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구독'과 '좋아요'(싫어요)로 대표되는 수치화된 지표들을 최대한 숨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사람들이 여전히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게 그들의 일"이라며 "계량된 수치들(구독, 좋아요)은 잠시 그들의 일에 도움이 됐고 새로운 이용자에게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성취에 대해 지속해서 상기시켰지만, 이는 이용자와 새로운 플랫폼 양쪽 모두 성장 단계에서 참여를 늘리기 위한 일이었을 뿐 지금 그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라고 논평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별점 폐지…'상생' 강조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별점 평가를 없앤다고 선언했다. '별점 테러'로 소상공인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도다. 앞선 사례들과 조금 결이 다르지만, 이용자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창구를 없앴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의 성격을 갖는 조치다.

별점 평가 자리에 새로 도입될 태그 구름의 모습. (네이버 제공)© 뉴스1


특히 별점 평가는 중소사업자(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를 중개해주는 '스마트플레이스' 서비스의 일부라는 점에서 네이버의 커머스 수익 모델과 직결된다. 네이버는 선의를 강조했지만, 별점 평가 폐지 역시 앞선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조치다. 또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하면서 네이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공세를 방어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SME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ME를 총 23번 언급하며 SME와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네이버는 올해 SME 커머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 SME를 온라인 채널로 흡수해 커머스 플랫폼으로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다. 실제 코로나19로 SME의 온라인 전환이 늘면서 지난해 4분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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