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까지 5%대 고물가"…새해 또 베이비스텝 밟는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0%…전월보단 0.7%p 낮아져

5% 고물가는 '금리인상' 기준선…상반기까진 긴축 전망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0%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시킬 땔감을 또 하나 던졌다. 다만 경기 둔화 전망 역시 우세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5.7%) 대비 0.7%포인트(p) 하락한 결과다. 오름세가 축소되면서 물가 정점은 지난 7월(6.3%)에 지났다는 기대는 보다 확신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5%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 선에는 근접조차 못했다.

더 큰 문제는 5%대 고물가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당 폭 둔화했는데, 지난주 전망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 전망 경로상에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속된 금리 인상과 최근 환율 안정 등에 따라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고 있으나 적어도 새해 1분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한은은 5%대 이상의 고물가를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기준선' 격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5% 이상이면 다른 문제가 있더라도 고통이 더 클 수 있다.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며 "물가가 5% 이상이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초까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금리 인상의 속도는 종전보다 천천히 가져 갈 공산이 크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일단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0일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시간이 이르면 12월 회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이달 금리 결정 회의에서 물가를 잡고자 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가되 경기 둔화 우려를 고려해 지난 6월부터 4회 연속으로 단행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빅 스텝'(0.50%p 인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가 낮아지면 한은 입장에서는 정책 운용의 여유 공간이 생기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용인 가능한 1% 내외를 넘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낮기에 경기와 부동산 시장 등 국내 상황을 보며 결정할 여유가 생긴다.

물론 연준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많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미국 내 물가·고용 지표의 향방이 불확실하다.

대표적으로 미국 노동부의 2일 발표를 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26만3000개 증가하면서 시장이 예상한 증가 폭(20만개)을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여전히 뜨거운 고용 상황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연준의 급속한 금리 인상 여파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종착 지점은 결국 노동 시장 내 환경이 결정할 것"이라며 "노동에 대한 수요가 아직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임금도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파월 의장이 지난 9월 회의에서 제시한 금리 수준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했음에도 시장이 평가하는 최종금리는 오히려 하락했지만 최종금리는 이 수준보다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다"며 "인플레는 아직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고 노동 수요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불러드 연은 총재를 비롯한 연준 위원들 또한 금리 인상 폭을 낮추는 데는 동의해도 금리 인상 자체에 대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며 "불러드 총재의 경우 5~7% 구간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파월 의장의 '속도 조절' 시사 발언은 아직 유효하다는 평가다. 추가 자이언트 스텝보다는 빅 스텝이 연속 단행될 가능성이 지금은 더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뉴욕 투자은행 TD시큐리티스의 얀 흐룬 수석 연구원은 "11월 고용 보고서는 연준의 물가와의 전쟁에는 명백히 나쁜 소식"이라며 "연준은 올해 12월과 내년 2월에 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서는 등 당분간은 긴축 태세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한은도 내년 초까지 '베이비 스텝'(0.25%p 인상)을 이어가면서 키 맞추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3.25%이며, 최종금리 예상 수준은 3.5~3.75%다. 5%대 물가 상승 등 지난달 예상한 경로대로 간다면 최종금리는 3.5% 전후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이 총재는 언급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유효하다"라면서 "3.75% 인상 후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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