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 전방위 압박 나선 금융당국…은행은 '눈치보기' 돌입

금융당국, 대출금리 모니터링 돌입…사실상 대출금리 인하 압박

취약차주 지원 방안 더 나올 듯…"관치 점점 과도해져" 불만도 

 

금융당국이 예금금리에 이어 대출금리 인상에도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은행을 향해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과거 금리 인상기에 비해 은행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렸다고 보고 있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은 일단 '눈치보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미 은행들은 취약 차주에 대해 이자를 일부 경감해주고 있는데, 한 은행이 추가 지원방안을 내놓으면 따라가겠다는 분위기다. 대출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있는지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평시에도 은행·상호금융 등 금융권 대출금리 추이를 모니터링하는데, 이번엔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모니터링 범위는 전 금융권이지만, 금융당국은 '은행'을 주 타깃으로 잡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요즘 금리가 많이 올랐으니, 전체적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라며 "은행 중심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과거 기준금리 인상기에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올랐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과거 전례에 비추어 봤을 때 최근 은행들이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올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분석을 통해 과거에 비해 대출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 어떤 요인에 의해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됐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수신금리에 대해선 이미 분석을 마쳤다. 금융당국은 지난 달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싸이클이 0.5%p, 1.5%p였던 시기와 비교해 최근 은행권 수신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 내부적으로 살펴본 바 있다. 그 결과 최근 은행권이 과거에 비해 과도하게 수신금리를 올렸다는 결론을 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달 금융공모전 시상식이 끝난 후 "다양한 방식으로 통계를 분석하고 있는데, 과거 금리 상승기에도 이토록 급격하게 (수신)금리를 올린 적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 비교 상으로는 최근의 금리상승세가 더 가파르긴 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1%p 인상했다. 해당 기간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대출금리는 0.39%p 올랐다. 한은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지난 5월까지 기준금리를 1%p 인상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대출금리는 0.81%p 올랐다. 다만 한은은 5월 이후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만 두 번이나 단행한 만큼, 2010년도와 동일한 조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 당국 압박에 은행은 눈치보기…'취약 차주 지원 방안' 더 나오나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모니터링 방침을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미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을 진행한 만큼, 추가 모니터링을 하더라도 제도적인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당국이 지난 연말부터 대출금리 산정 체계와 업계 모범규준을 들여다본 후 올해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며 "또다시 금리 체계를 모니터링하겠다는 건 결국 대출금리를 내리거나 취약차주 지원에 더 나서라는 뜻 아니겠나"고 말했다.

당국의 모니터링 방침이 전해진 이후 은행권은 눈치를 살피며 다른 은행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어느 한 은행이 먼저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으면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는지 내부 점검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지난 8월부터 은행연합회 주도의 '은행권 사회적 책임 이행방안'을 통해 소상공인·서민·가계·청년 등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미 금융지원 대책이 나올 만큼 다 나오긴 했지만, 다른 은행이 추가적인 방안을 내놓으면 다들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부터 코픽스 등 준거금리가 0.5%포인트(p) 이상 오른 주택담보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2%p까지 이자를 유예해주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국의 관치가 점차 과도해지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최근 대출금리가 급등한 건 미국의 전례 없는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 등 국내 채권 시장의 특수성이 합쳐진 결과이지 수익성을 키우기 위해 고의로 대출금리를 올린 건 아니라고 항변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의 은행채 발행 자제 요청에 따라 수신 상품을 중심으로 자금을 끌어오면서 대출금리가 오른 것이라 과거 금리 인상기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대출금리를 낮추려 해도 지금 시스템상으로는 손을 댈 여지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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