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건넨 '위로의 진달래꽃'…올 금리 인상에 이자만 30조↑

"나 보기가 역겨워…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넥타이

취약계층 이자 고통,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배경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올초만 해도 1%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빠르게 치솟아 연말 3.25%에 이르렀다. 이에 늘어날 이자 부담만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대출 이자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금리 결정 회의를 주재한 이창용 한은 총재의 '넥타이'가 세간의 관심을 받을 정도다. 김소월 시인의 시(詩)인 <진달래꽃>이 적힌 이 총재의 넥타이를 두고 이자 부담에 시달릴 국민들에게 건네는 일종의 위로라는 해석이 등장했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에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에서 금리 인상의 보폭을 한 단계 좁히면서도, 여전히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올들어 2.25%p, 코로나19 이후 첫 인상이 시작된 작년 8월부터 약 1년3개월 기간에는 2.75%p 급등했다.

 

문제는 불어날 가계 이자 부담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 대출금리 상승 폭도 같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3조3000억원가량 증가한다.

작년 8월부터 인상 폭을 기초로 계산해 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늘어난 이자만 363000억원(3조3000억원*11)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서는 약 30조원이다.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그에 불어날 가계 이자 부담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아픈 손가락' 격이다.

이에 이창용 총재는 지난 24일 금리 인상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금리가 많이 올라가고 특히 경기도 나빠지고 그래서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심해지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한은도 빨리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많은 경제 주체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금리를 빨리 안정화시키고 싶으며 물가가 빨리 안정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 금리 인상 이후 내년 상반기 한두 번의 인상을 더한 뒤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착점이 보인다는 해석까지 내놓는다.

그 배경에는 가계의 이자 비용 증대에 따른 소비 위축 전망이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통상 금리 인상은 6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거시경제에 반영되는데, 올들어 금리 인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올 연말을 기준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은 점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은 수요를 축소시켜 물가를 떨어뜨리는 압력이 된다. 한은 금리 인상의 최대 근거가 물가인 만큼, 가계의 이자 부담 증대는 향후 추가 인상 여지를 없애는 요인인 셈이다.

강승원·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부터 수출 역성장이 시작된 가운데 가계 역시 이자 비용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 금융 자산 축소 등의 영향으로 소비 위축이 전망된다"며 "물가 부담은 크게 완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을 결정한 당일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진달래꽃> 시구가 적힌 넥타이를 맸다.

과거 한은 총재의 넥타이는 그 날의 금리 결정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힌트로 받아들여진 적이 있었다. 붉은색이면 인상을, 푸른색이면 인하나 동결을 예상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총재의 이번 넥타이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라는 글자가 적혔다.

이 총재는 넥타이가 이자 부담이 늘어난 대출자들에게 주는 위로의 메시지냐는 질문에 "아내가 아침 일찍 나가서 제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면서도 "그 해석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 굉장히 불편하시고 '정부는 뭐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시겠지만 물가나 경기 성장 모두 대외 요인이기 때문에 조금 더 참을성을 가지고 정책 효과를 지켜봐 달라"며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과 고통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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