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류미진 소환, 이상민 고발건도 수사… '윗선' 향하는 특수본

핵심 피의자 소환조사 시작…다음주 이임재·최성범 등 줄소환

이상민 행안부 장관 고발건 "수사절차 진행"…집무실 압색 가능성

 

'박희영 류미진 이임재 최성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칼날이 서서히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몸통'을 향하고 있다. 경찰, 소방, 지자체는 물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조준한 상태다. '윗선' 수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전날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 관리관으로 근무했던 류미진 총경을 불러 조사했다. 오는 21일에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소환도 예고했다.

또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행안부와 '재난 예방 1차 책임기관'인 서울시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고발사건 수사도 시작한다.

다만 특수본의 수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500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물론 '속도'보다는 제대로 된 수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희영·류미진 오늘 소환 조사…특수본 "혐의 입증을 위한 객관적 자료 확보"

특수본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박 구청장은 약 14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 끝에 오후 1148분쯤 귀가했다.

박 구청장은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셨느냐', '(핼러윈 안전) 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박 구청장은 이번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주요 피의자 중에선 첫번째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에 소홀했고 참사 이후에도 부적절하게 대처한 의혹을 받는 박 구청장은 지난 6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인근을 두 차례 점검했다는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 지난 4월 '춤 허용 조례'(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이날 오후 4시쯤에는 류미진 총경이 소환됐다. 류 총경은 소환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보고 지연 등의 경위를 묻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류 총경도 약 8시간 동안 장시간 진행된 조사 끝에 19일 0시를 조금 넘겨 귀가했다.

지난 6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류 총경은 규정상 정해진 근무 위치를 이탈해 개인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 및 대응을 지연한 혐의를 받는다.

류 총경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황실이 아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사가 발생한 1029일 오후 1139분까지 아무에게도 참사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총경)은 이날 "류 총경의 직무유기혐의는 압수한 업무용 휴대전화, 서울청 폐쇄회로(CC)TV, 상황실 직원 진술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상황실에 정착해 근무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며 "직무유기 혐의 확인을 위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참사 전후 경찰의 늑장·부실 대응과 관련해 첫번째 주요 피의자로 소환됐다. 특수본의 칼끝이 이번 이태원 참사의 핵심인 경찰 부실 대응 의혹으로 향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 기동대 요청 논란엔 "교통기동대만"…21일 소환 앞둬

특수본은 오는 21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서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5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하고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를 지연한 혐의를 받는다. 핼러윈 축제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의혹도 있다.

특히 이 전 서장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 증인으로 출석, 핼러윈 때 인파 사고를 우려해 서울청에 안전대책 차원에서 기동대 배치를 여러 차례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울청 관계자들의 직무상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조사 결과 교통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경비기동대 요청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아 계속 수사 중"이라며 "또 이 총경이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는 부분도 직원들 진술이 상이해 계속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역시 21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참사 당시 현장 책임관으로 근무했던 최 서장은 참사 발생 전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사고 직후 소방대응단계 발령을 지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 가장 윗선 박성민 정보부장도 곧 소환될듯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용산경찰서의 정보보고서가 삭제된 의혹과 관련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도 곧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부장은 이 의혹에 있어 가장 윗선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보고서 삭제와 관련해서는 서울청 정보 과·계장을 어제 참고인으로 조사했고 최대한 신속하게 정보부장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15일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A씨를 불러 삭제 지시에 증거인멸 의도 등을 조사했다.

박 전 부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용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과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말했다가 감찰·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고발 건 "수사절차 진행돼"…집무실 압수수색 가능성도

특수본의 칼날은 기관장으로도 향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총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4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국가공무원노동조합소방청지부의 고발에 따라 이 장관은 업무상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특수본은 이 장관 고발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통보했다. 공수처는 통보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김동욱 대변인은 "공수처와 별개로 저희 고발사건의 수사절차는 진행된다"며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전날 행안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는 등 행안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김 대변인은 이 장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이 이 장관과 관련해 들여다보는 부분은 △정부조직법 관련 법령상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상황 조치를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는지 △재난안전법 등 관련 법령상 추상적 의무를 넘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와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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