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아시아 2번째' 수상 쾌거…윤여정이 걸어온 연기인생 55년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배우 윤여정(74)이 연기 인생 55년 만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 배우 최초이자, 아시아 두 번째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윤여정은 26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스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등을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이로써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새 역사를 썼다. 앞서 미국 배우 조합상(SAG)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수많은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석권, 총 30여 개가 넘는 상을 탄 윤여정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수상자로 점쳐졌다.

또한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배우 두 번째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 부문에는 앞서 지난 1958년 열린 제30회 때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2004년 펼쳐진 제76회 때 '모래와 안개의 집' 아그다슐루 쇼레, 2007년 진행된 제79회 때 '바벨'의 기쿠치 린코가 아시아 배우로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고, 이 중 우메키 미요시가 수상해 성공했다. 이에 네 번째 후보 지명이자 두 번째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가 됐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100여개가 훌쩍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특히 1971년 MBC 르다마 '장희빈'에서 장희빈으로 눈도장을 찍은 윤여정은 그해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해 지금까지 33개 영화에 출연했다. 윤여정은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대종상 신인여우상,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윤여정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에서 생활하며 배우 생활을 잠시 접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 13년 만인 1987년 조영남과 이혼한 뒤 두 아들을 키우며 다시 배우로 복귀했다. 10여년 만에 돌아온 윤여정은 그해 영화 '에미'로 돌아와 파격적인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쉴 틈 없이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에미' 이후 10년 만에 '죽어도 좋은 경험'을 선보인 윤여정은, 다시 8년 뒤 2003년 영화 '바람난 가족'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영화대상과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후 윤여정은 홍상수 감독 '하하하' '다른 나라에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과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 등에 출연해왔다. 특히 김기영 감독의 동명 영화를 5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에 출연, 국내외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다시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데뷔 50주년에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비롯해 영화 '계춘할망' '죽여주는 여자' '산나물 처녀'에 출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죽여주는 여자'로는 부일영화상,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는데, '화녀' 이후 45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에 윤여정은 2017년 대중문화예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은관문화훈장 표창을 받았다.

예능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보였다. 나영석 PD가 기획한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에 연이어 출연하며 윤여정만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후배들과도 서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은 물론, '쿨'한 화법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연기로 55년을 달려온 윤여정은 끊임없이 도전해나갈 예정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의 글로벌 프로젝트 드라마인 '파칭코'를 지난달 캐나다에서 촬영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연기 인생 55년 임에도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임이 틀림없다.

윤여정은 이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 여전한 입담과 센스 넘치는 내용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 내 이름은 여정 윤인데, 유럽 사람들은 '여영'이라거나 '유정'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한 윤여정은 "우리는 서로 다른 역할을 했고 경쟁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다, 그리고 미국 분들이 한국 사람들을 굉장히 환대를 해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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