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차기작' 원작 작가 "봉준호, 생각지도 못한 질문 던지더라"

"정말로 놀라운 대화였다. 봉준호 감독은 나보다 책을 더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내가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졌다. 봉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어낼지 아주 기대가 크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 공상과학(SF) 작품의 원작 소설인 '미키7'를 쓴 에드워드 애슈턴은 "지난해 2월 봉 감독과 만나 2시간에 걸쳐 긴 토론을 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애슈턴은 '미키7' 국내 출간을 기념해 출판사(황금가지)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봉 감독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과정 등을 전했다.


애슈턴은 2019년 말 초고를 완성했는데 에이전시 측이 출판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를 브래드 피트의 영화 제작사인 '플랜B'에 전달했다.


봉 감독의 영화 '옥자'를 제작했던 플랜B는 원고를 봉 감독에게도 보냈다. 이 원고가 '기생충'의 다음 프로젝트로 어울린다고 생각한 봉 감독은 영화화 최종 결정을 앞두고 애슈턴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애슈턴은 "플랜B는 봉 감독이 계급 담론을 영화로 잘 풀어낸다고 생각해 '미키7'을 스크린에 소환할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이후 봉 감독과 만나 영화화에 대해 긴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과의 대면은 어땠을까. 애슈턴은 "현재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나 계급 갈등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이슈들에 대해 (봉 감독과) 매우 비슷한 관점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유머 감각도 서로 비슷하고 현대의 부조리를 반영하는 예술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도 이뤘다"고 말했다.


소설은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는 미키의 일곱번째 삶을 소재로 한다. 주인공인 미키7은 우주 개척단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인스펜더블(소모 인력)이다.


이야기는 탐사 도중 추락했다가 가까스로 생환한 미키7이 이미 자신의 예전 기억을 갖고 되살아난 미키8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결국 미키7과 미키8은 둘 중 하나가 죽든가, 아니면 모두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애슈턴은 많은 SF소설에서 다뤘던 주제인 '본질의 정체성'을 비롯한 여러 철학적 주제를 소설에 녹였다.


애슈턴은 소설을 구상한 배경에 대해 "최소 17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적 질문인 순간이동 역설에 오랫동안 심취했는데, 이는 자신의 마음을 다른 신체에 완벽하게 복제했을 때 그 사람은 실제 자신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라며 "그 역설을 체화한 인물이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면서 익스펜더블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작품은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어떤 면을 논평하고자 만든 이야기"라며 "SF 소설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독자들이 각자의 감정적 맹목을 배제한 채 오늘날의 문제들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애슈턴은 후속작으로 미키7 사건 이후 1년 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구상 중이다. 그는 "역사와 철학을 좀 덜어내고 액션을 약간 더 넣은 모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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