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예능→'너의밤' 新로코요정…정인선 "수식어 깨면서 성장"

 데뷔 26년차 배우 정인선이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아역으로 시작해 작품을 거치며 차근차근 성장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식어를 깨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갇히지' 않고 계속 도전하며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 

정인선은 현재 방영 중인 SBS 일요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극본 서정은 등/연출 안지숙)에서 언니를 대신해 우연히 아이돌 밴드 루나의 숙소에 주치의로 위장 취업하게 된 인물 윤주 역을 맡고 있다. 윤주와 루나의 아슬아슬한 동거는 흥미진진한 재미를,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1996년 아역배우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영화 '살인의 추억',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로 깊은 인상을 남긴 정인선은 성인이 된 후 '으라차차와이키키' '마녀보감' '내 뒤에 테리우스' '아직 낫서른'에서 성숙하고 다채로운 연기를 펼쳤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가 돋보이는 '너의 밤이 되어줄게'를 통해 밝고 발랄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너의 밤이 되어줄게'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어떤 매력에 끌렸나.

▶잠은 매일 우리가 마주하는 것 아닌가. 누군가는 그게 쉽지 않고,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아서 힘들기도 하다. 저마다 이유를 가진 친구들이 만나서 서로 의도하지 않았는데 장난치고 놀다보니 치유하고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 흐름이 좋았다. 윤주라는 친구가 있다면 옆에 두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다. 밝고 유쾌하고 그 어떤 차가움, 힘듦, 슬픔도 따뜻함으로 감쌀 수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에) 적힌 윤주를 고스란히 전달해드려도 힐링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임했다. 

-윤주와 언니 1인 2역을 소화했는데 어떤 고민을 했나.

▶윤주가 메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만들었다. 윤주 캐릭터는 내가 생각했을 때 다채로운,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음의 높낮이도 많이 오갔으면 했다. 표정, 감정, 제스처가 많고 풍부하다. 템포감이 빠른 점을 표현하려고 했다. 선주는 높낮이를 많이 쓰지 않고 정박자의 리듬을 가진 인물로 그렸다.

-어떤 점에서 위로를 받았나.

▶윤주라는 캐릭터가 정말 오지랖도 넓고 많이 따뜻하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낙천적이더라. 어떻게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애틋할 수 있을까 신기했다. 초반에는 내가 에너지가 모자를 정도로 윤주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윤주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다보니 상대와 주고 받는 에너지가 많아지는구나 내가 주는 만큼 상대에게서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인선이라는 사람은 속에 많이 품고 있는 사람이고 용기있게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윤주를 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윤주의 화법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위로를 주고 받더라. 루나와 주고 받는 에너지도 좋았다. 혼자 윤주를 연기할 때보다 달리 루나 친구들과 호흡할 때는 더 에너지가 좋았다.

-아이돌 세계, 주치의 설정이 본인과 너무 다른 설정이어서 고민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편해진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아이돌 문화가) 낯설어야 하는 역할이어서 큰 문제 없이 찍을 수 있었다. 그전에는 루나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한 가짜 의사여서 벽을 가지고 대했는데, 그 뒤의 장면이 기억이 난다. '스우파'가 유행하던 시기에 '뿌까' 머리를 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가온이(김동현 분)에게 힘을 보태주러 철길을 걸어 가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새벽에 찍었는데, 서로를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어쩔 줄 몰라 하며 걱정하면서 차에서 내렸는데 서로 장난치고 웃으면서 찍다 보니 편해져있더라. 루나 명예 멤버가 된 날이 아닐까.

-본인도 누군가의 '팬'이었나. 이 드라마로 '팬심'을 알게 됐는지, 

▶S.E.S.와 H.O.T. 팬이었다. 그 뒤로는 노래를 좋아하는 경우는 있어도 진득하니 누군가를 좋아하지는 못했다. (팬들이 드는) 슬로건의 가장 최신 버전이 반사되는 재질이라고 하더라. 그걸 보고 '고증이 대박'이라고 피드백이 왔다. 우리(제작진) 내부에 덕질을 하는 분들이 많구나 생각했다. (웃음) 실시간 채팅창 장면도 요즘 네티즌 말투, 요즘 문화가 잘 담겼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하는 동안 (루나의) 무대 장면을 못 봤다가 방송에서 제대로 봤는데 멋있더라.(웃음) 이런 '온 앤 오프' 되는 모습이 극명하게 보이니까 '이맛에 (덕질)하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출근할 때도 루나 노래 들으면서 출근했다.

-같이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 모두 신인인데,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에는 사실 (부담감이) 있었다. 제가 작품을 몇 개 더 해봤고 누나라고 하니까 괜히 뭔가 멋진 선배가 되어 줘야 하는 것인가? 걱정도 되더라. 어떻게 하면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루나와 대본리딩을 한 날, 내가 쓸 데 없는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준비한 모습과 열과 성의를 다한 점이 느껴졌다. 또 잘 하더라. 캐릭터와도 잘 어울렸다. (이)준영이는 이미 작품을 많이 해서 너무 유연하게 잘 하더라. 내가 윤주의 특징을 잘 그리기만 하면 이 친구들이 다 잘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긴장감만 풀어지면 이 친구들이 캐릭터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후 전개나 결말에 대해 살짝 스포를 해준다면.

▶내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감독님이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성장이 매력적이어서 윤주 역할을 하고 싶었다. 큰 스포일러는 하지 못하지만, 윤주 그리고 윤주의 언니 선주 그리고 윤태인과 루나 친구들 등 모든 등장인물이 다 성장한다. 그 성장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유쾌함을 놓지않으니 함께 같이 웃으면서 힐링 받으시길 바란다.

-'신흥 로코 요정'으로 불리는데 어떤가. 새롭게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내가 이렇게 불리고 있나.(웃음) '신흥 로코요정'의 가능성이나 잠재력 정도? 듣고 싶었던 말이기에 이렇게 불린다면 바랄 게 없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나는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수식어 콜렉터'다. 제일 먼저 '아역' '매직키드 마수리 걔' '살인의 추억 걔' '한공주 걔' '테리우스 걔' '골목식당 걔' 였다. 처음에는 압박감, 답답함도 있었는데 이 수식어를 갱신하는, 깨는 맛이 있더라. 앞으로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너의 밤이 되어줄게’는, 인윤주는 정인선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 캐릭터로 남을 것 같은지.

▶처음 시도하는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 코믹 장르를 해내야 했고 유쾌한 분위기를 맡아야 했다. 어려움, 압박감도 느꼈다. '어떻게 코미디에서 로맨스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고민도 됐고 이런 것을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다섯명과 케미스트리를 만들면서 현장에서의 소통도 정말 많이 한 작품이다. 섬세하게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스타일도 도전한 게 많았다. 이 정도 톤으로 발랄해도 되나, 마음껏 웃어보고 마음껏 화도 내봤다.내가 그 전에 너무 제약을 뒀나 싶기도 했다. 앞으로 겁내지 않고 더 시도해봐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은 작품이다.

-1996년 아역배우로 데뷔하고, 어느덧 햇수로 26년차 배우가 됐다. 100미터 달리기로 봤을 때, 지금 배우 정인선은 어디쯤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나.

▶30미터 정도 온 것 같다. 30대니까.(웃음) 내게 연기는 동반자의 느낌이다. 100미터보다 더 멀리, 빠르지 않아도 함께 가고 싶다. 지금은 30미터 정도만 보여드린 것 같다. 내후년에 제가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니까 그 모습을 하나씩 보여드리려면 보여드릴 게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 30미터의 배우이지만 앞으로 내 모습이 궁금하다. 

-배우로서의 초심은 무엇인가.

▶저는 수식어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게 감사하지만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이 수식어를 갇히지 않고 더 다양하고 알록달록하게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러려면 갇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겁을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겁내지 말고 여러 모습에 도전해보자 생각한다.

-2022년 새해를 맞이 했는데,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어떻게 보면 사람 정인선이 용기를 조금 더 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 더 이 다음 작품에서 그 다음에도 앞으로 조금 더 도전적일 수 있는 작품을 시도하고 싶다. 다채롭고 싶다. 그 부분을 진심을 담아서 보여드리고 전달하는 배우이고 싶다. 사람 정인선으로서는 요리도 배우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은데 여행을 못 가니, 취미생활을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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