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호수' 저스틴 전이 조명한 '아시아계 미국 입양인'의 삶 [BIFF]

영화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이 미국 아동 시민권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며,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12일 오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영화 '푸른 호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저스틴 전 감독과 박도신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이날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다룬 영화 '푸른 호수'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에 대해 "2008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간 적이 있다"라며 "정말 아름다운 영화제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는 저희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제 중에 하나"라며 "월드 클래스 영화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없어서 직접 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저를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분리할 수 없었다"라며 "저는 한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제가 성장하면서 항상 이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백인들 사이에 둘러싸여있는 환경에서 나는 왜 미국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가지게 됐다"라며 "이 질문들은 항상 제 영화에서 다뤄졌다"라고 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우리가 어떤 뿌리가 있을 건데, 미국 토양 안에서 우리가 정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게 됐다"라고 영화를 연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얘기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한국의 콘텐츠가 많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람들도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됐다"라며 "다만 저는 감정적인 부분의 한국인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자신의 삶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대본을 썼을 때 아내가 딸을 임신 중이었다"라며 "대본 작업을 할 때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그는 "촬영 중에도 인간으로서 더 많은 생각들을 가지게 됐다"라며 "아버지로서의 역할, 선택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딸을 키우면서 저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제 모든 영화에는 그런 것들의 영향이 있을 거다"라며 "(딸이 있다는 것이) 저한테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삶에 대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다루는 영화들이 한국계 미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 일본계 미국인 등 한 민족성을 가진 인물로만 그려진다"라며 "그런 것을 보면서 왜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지 못할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저희 영와의 배경이 미국 남부"라며 "여기서 왜 백인들만 남부 사람으로서 영화에 등장할까 생각했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나는 '한국 사람이 남부사람으로 보여지면 어떨까' 생각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제 아내가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에 저희 가족 역시도 다문화 가정"이라며 "아버지는 아시아인데 아이들은 백인인 모습을 왜 보여주면 안 될까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저스틴 전 감독은 극 중 미국에서 추방된 입양인 안토니오(저스틴 전 분)의 삶에 대해 "(영화를 찍기 전) 조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이 이미 추방이 됐거나 추방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었다"라며 "그들의 이야기가 제 대본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입양 관련 이슈를 보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저스틴 전 감독은 "(극 중 인물이) 입양이 된 후 미국에서 살았지만 23년 뒤에 서류 하나 빠졌다고 해서 '너는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라며 "자신을 원하지 않아 입양을 보낸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또 이미 그들에게 거부가 돼서 미국에 왔는데 미국에서도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심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저는 이 영화를 가지고 이 이슈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현재의 미국 아동 시민권법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또한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상혁)이 제기한 사례 도용 의혹에 대해서도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앞서 2016년 미국에서 추방당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계 입양인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상혁)는 '푸른 호수'가 자신의 사연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할리우드 야망을 위해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이용하지 말라"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저스틴 전 감독은 "제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라며 "(시나리오를 쓰며) 추방이 됐거나 위험에 처한 아홉명을 만나 그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갔다"라고 했다.

저스틴 전은 '푸른 호수'가 제2의 '미나리'라는 평을 받고 있고, 최근 드라마 '파친코' 촬영장에서 윤여정과 호흡을 맞춘 것도 언급했다. 저스틴 전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너무나 커졌다"라며 "윤여정 선생님은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타협하지 않고 바로 지적해서 고치려고 한다"라며 "사실 내면은 굉장히 친절하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스틴 전은 "너무나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윤여정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한편 '푸른 호수'는 억울한 일로 강제 추방 위기에 처하게 된 한국계 입양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전 감독이 영화의 각본, 연출, 주연을 맡았다.저스틴 전은 1960년대 국내에서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 1979년 미국으로 이민 간 전상철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오는 13일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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