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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성직의 길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성직의 길


마틴 루터 당시 수녀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던 여성들 중에는 그들의 적성이나 능력에서나 인내력 등에서 그 수련을 감내할 수 없어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잠시나마 수녀 후보로서 수련을 받던 여성들을 사회로 아무렇게나 내보내는 것이 수도원으로서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이 되어 그 여성들에게 신앙 좋고 믿음직한 배필을 찾아주고 있었는데 그 일을 마틴 루터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수녀를 지망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9명의 여성들을 루터가 결혼을 시켜주고 있었는데, 다른 8명은 성사가 잘 되었지만 카트리나라는 여성만은 그 어떤 남성을 소개시켜 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절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에서 어떤 남성을 원하느냐고 묻자 자기는 루터 같은 남자가 아니면 절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하여 어쩔 수 없이 루터가 그녀를 배필로 맞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마는 아무리 동정심이 많은 루터라 해도 마음에 없는 결혼이야 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 후로 루터는 그의 결혼 문제와 여러가지 교리상의 문제 등으로 카톨릭으로부터 파문을 당하였지만, 신부로서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한 그의 소신과 지론을 갖고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 당사자들에게 더 유리한가 덜 유리한다, 더 행복한가 덜 행복한가 하는 차원이 아니라 어느 쪽이 하나님의 구원사역에 더 효율적으로 공헌하는 길인가 하는 것입니다. 

즉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뤄가면서도 독신으로 사역하는 신부나 수녀만큼, 아니 그들 이상의 사역적 효과와 열매까지도 거둘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고 그는 결혼을 하였고 실제로 그는 종교개혁을 비롯해서 신학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지대한 공헌을 역사 속에 남겨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신부님이나 목사님들을 성직자라 부르며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람에 따라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필자가 보는 가장 큰 이유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떤 때입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이 소유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고 안락한 생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욕망으로 평생을 살아가면서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한 번도 고뇌해 보지도 않고 오직 본능적인 욕구만을 충족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이 세태 속에서 그래도 초연하게 “영혼 구원을 위해 일생을 바쳐야지!!”하는 그 힘들고 어려운 결단을 내린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분들의 삶이 처음 결단할 때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 분들에게 단 한 순간이나마 그토록 숭고하고 아름다운 뜻이 머물러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존경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그의 간증에서 한 말입니다. 신학교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으로 올라갈 때 최종 결정을 내려야할 날이 온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종신토록 독신으로 주의 일에 전적으로 헌신할 것인가 아니면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고 살 것인가에 대한 마지막 결단의 날인 것입니다. 

자식이 결혼하여 귀여운 손주 안겨 주기를 기대하는 부모의 염원도 저버려야 하고, 혹시 서로 아끼던 연인이 있었다면 그 연인과의 교제도 단절해야 하고, 재물 명예 쾌락 등 모든 세속적인 즐거움 다 버리고 세상의 자랑 다 포기하기로 결단하는 그 날, 대부분의 학생들은 눈물로 밤을 새운다고 했습니다.

한 사람의 성직자가 배출되는 데에는 평신도들이 알지 못하는 깊은 고뇌와 잠 못 이루는 눈물의 결단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그 분들의 성직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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