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올랐던 영화 '기생충'과 '조커' 모두 빈부격차를 다루고 있지만, '기생충'에 더 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히구치 나오후미(樋口尚文) 일본 영화감독이자 평론가는 10일 야후재팬에 연재하는 '히구치 나오후미의 천야천본(樋口尚文の千夜千本)'에서 그 이유를 "기생충에는 '승자-패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보다 더 끝이 없는 두려움과 괴로움을 그려낸다"고 분석했다.
히구치 감독은 "영화 '조커'도 사회적 약자의 역습을 주제로 한 이야기지만 솔직히 말하면 수상 가능성은 없었다"며 "백인 증권맨은 사악하고, 가난하고 차별당하는 조커에게 공감한 고담시 시민들이 삐에로 차림으로 범죄에 동조한다는 단순함은 표현이라기보다 구호로 비친다"고 평했다.
히구치 감독은 영화 '조커'를 '좌익영화'의 일종인 '경향영화'로 규정하면서 "부자는 악이고 가난한 사람은 선이라는 만화적 설정에 근거하는 영화는 사극처럼 통쾌하지만 어린아이가 즐기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영화 '기생충'에 대해서는 "송강호 일가는 이른바 '루저' 가족이지만 그에 비해 부유한 가족이 더 행복해보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러운 대상을 깎아내리고 불행하게 만들어주려는 의도는 없고, 그저 돈이 없어 살기 위해 대담무쌍하게 그들을 이용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히구치 감독은 "송강호가 결과적으로 조커처럼 부자들을 향해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은 분노나 복수가 아닌 의분에 가까운 것"이라며 "이 비틀림과 씁쓸한 느낌이 영화 '기생충'을 매우 함축적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시간)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해 아카데미상 92년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