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준희(34)가 8개월 만에 새로운 소속사를 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다. 악성 루머의 피해자로 고통받았던 그는 여전히 '악플'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고준희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악성 루머 및 '악플'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지는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일은 내가 좋아서 했고, 연기를 잘해서 하는 건 아니다. 연기를 하는 게 좋아서 한다.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즐기니까 아직까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배우라는 직업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생각을 한번쯤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악성 루머 관련 사건이 있은 후 어머니가 이명으로 고생을 하게 됐을 때는 자책을 하기도 했다고.
"내가 여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우리 엄마가 아프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요. 내가 이 일을 안 선택했으면 엄마가 아프지 않았을 수 있어요. 그런 병은 스트레스에서 오니까요. 혹시 수술까지 하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완치가 되는 게 아니라서 여전히 치료를 받고 계세요."
고준희는 스스로는 '악플'에 무뎌졌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얘기를 꺼낼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는 이미 무뎌졌어요. '악플'이나 뭐 이런 악성 루머가 갑자기 어제 생겨난 건 아니니까요.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굳은 살이 많이 박혔고, 저에 대한 기사 댓글을 봐도 좋은 글, 응원글 같은 것만 보려고 해요. 아무리 그래도 저도 사람이라 상처를 안 받진 않거든요. 그냥 넘기려고 할 뿐이죠. 그렇게 무뎌졌는데 부모님은 아직도 저의 엄마, 아빠여서 무뎌지시지 않는 것 같아요."
고준희는 '버닝썬 게이트'로 크게 논란이 된 승리와 관련해 지난 4월 악성 루머에 휩싸였다. 시발점이 된 것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승리와 정준영 등이 포함된 '단체 채팅방'의 내용을 공개했는데, 그 중 투자자 초대 모임에 초청하려다 불발된 여배우에 대한 내용이 있었고, 일각에서 해당 여배우로 고준희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는 사실이 아닌 루머였다.
"엄마는 아닌 걸 잘 알고 응원을 해주고 믿어주시면서도 댓글이나 유튜브를 찾아보시고는 힘들어하셨던 것 같아요. 댓글을 읽고 열이 받는 게 아니라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화가 났어요."
루머 이후 고준희는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전 소속사를 나와 악성 루머 유포자들을 고소하고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승리와는 행사장에서 사진 요청을 받고 사진을 찍어준 것이 전부였고, 그밖의 단체 채팅방 주요 멤버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음에도 '루머'로 인해 감당해야 할 몫은 컸다.
소속사가 없는 동안 고준희는 여러 일처리를 할 때 주로 자전거나 SNS 택시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한동안 지하철을 탈일이 없어 지하철을 타려고 시도했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여러모로 배우는 게 많은 시간이었다.
새 소속사를 찾은 고준희는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차근차근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특히 오는 10일에는 부모님과 함께 무료급식소에 가서 독거노인 및 빈곤노인들을 위해 밥을 대접하는 봉사 활동을 할 예정이다. 8개월의 공백기 후 처음 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황지선 마운틴 무브먼트)대표님과 대화할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 중에 얘기한 하나가 선행을 하는 거였고, 저도 관심이 없었던 부분이 아니어서 하나하나 시작하기로 했어요. 늘 마음은 있지만 신철까지 옮기는 게 되게 힘들잖아요. 저는 게으른 편이라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늘 SNS를 보면서 부러워만 했어요. 이제는 많이 해볼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