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종영한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은 김민재(23)에게 '처음'으로 기억된다. tvN '도깨비'에서 특별출연하며 사극 연기를 짧게 소화했던 것의 갈증을 제대로 풀었다. 첫 사극연기, 또 첫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도전과 의지가 필요했던 작품.
김민재는 조선 최고의 매파 마훈 역할을 맡아 기존에 본 적이 없던 '남자 매파' 캐릭터를 신선하게 표현하는 한편, 개똥(공승연 분)을 만나면서 사랑에 설레고, 아파하며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귀여운 얼굴인데 눈빛은 진중하고, 미소는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목소리는 뜻밖의 '중후함'이 녹아 있다. 김민재의 다채로운 매력과 함께 안정적인 연기력을 마음껏 푼 '꽃파당'이었다.
지난 2015년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로 데뷔한 김민재는 이후 '낭만닥터 김사부', '도깨비', '최고의 한방'과 영화 '레슬러'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다져왔다. 첫 주연작 '꽃파당'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에 합류해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다음은 김민재와의 일문일답.
-첫 사극연기였고 첫 주연작이었다. 부담감은 없었나.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긴장하고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낀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 하는 이유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그렇게 이 작품을 시작했다. 끝나고 나니 재미도 있었고 일단 배운 게 많다. 주연으로서 사극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선배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갔던 선배들처럼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해본 것과 안 해 본 것은 다르지 않나. (작품 전후로)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많은 배우들이 사극 말투에 어려움을 겪는데.
▶퓨전사극이어서 현대어를 많이 조합한 대사였는데 내 캐릭터는 최대한 현대말투를 안 쓰려고 했다. 양반가에서 자란 자제여서 최대한 정통사극 말투를 쓰려고 했다. '꽃파당' 매파당 인물 중에서 매파는 그런 인물이다. 상대적으로 영수는 천방지축 귀여운 캐릭터이고 도준이는 알 수 없는 인물들이어서 결이 달랐고 그들이 모여서 매파당을 이룬 모습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지금 현대극을 찍고 있는데도 다급할 때 사극 말투가 나온다. 아무래도 6개월간 하다 보니 아직 말투가 남아있다.
-'도깨비'에서 사극 부분에 짧게 출연했는데 이번에는 긴 호흡으로 하니 남다르게 느껴졌을 텐데.
▶'도깨비'에서는 짧게 연기했고 이번에는 16부작으로 연기했는데 확실히 길게 하니까 인물의 감정선을 보여줄 수 있었다. 또 여러 인물을 만나는 만큼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것들 이 많아 즐거웠다.
-첫 메인 주인공이었다.
▶부담감도 컸고 내가 여기서 뭔가 분위기를 잘 이끌어야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전까지는 여러 생각이 많았다. 일단 또래 배우들이 많았고 다들 착하고 좋은 친구들이어서 내가 (주인공으로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다. 일단 사극이 내가 접해보지 못한 것이어서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주인공으로서 시청률을 신경 안 쓸 수 없었을 텐데.
▶안 나오면 내 탓인 것 같은 부담감은 있다. 그런데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고 좋게 봐주시고 호평을 해주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시청률은 잘 나오면 좋지만 나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매파 그 중에 중매쟁이라는 게 끌렸다. 남자 중매라는 캐릭터 자체가 재미있지 않나. 사랑을 믿지 않다가 개똥이라는 인물을 만나고 변화하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차기작은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다. 사극, 의학드라마 모두 배우들이 힘들어하는 장르인데.
▶힘든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더 길게 하고 싶었다. 사극의 경우 '명당' '도깨비'에서 짧게 해서 이번에 길게 해보고 싶었고, '김사부'는 어리고 잘 몰랐을 때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이번에도 즐겁게 하고 있다. 두 개 다 너무 재미있었다. (장르와 상관없이) 어느 작품을 하든 힘든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 '김사부2'는 서로 반가워하면서 촬영하고 있다. 시즌1처럼 박은탁 간호사 역할을 맡았는데, 비중보다는 이 인물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장면들이 있다. 그런 대사들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꽃파당'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개똥이와 헤어질 때 우는 신이다. 집중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감정이 필요한 장면은 대본을 받고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임한다. 촬영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계속 생각했던 걸 표현하는 거다. 이러면 어떨까 여러 번 생각하면서 임했는데 나중에 다시 보면 이게 맞았던 걸까 다시 되짚어보기도 한다. 큰 아쉬움은 아니지만, 후반부에 개똥이와 있을 때 조금 더 가벼운 톤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가지고 이 현장에 왔고 각자 하고 싶은 연기나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었을 거다. 서로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기했다. 서로 의지하면서 어떤 연기가 맞을지 대화를 나눴다. 에너지가 좋고 서로 아이디어가 많아서 함께 하는 작업이 재미있었다. 누구 하나 이기적인 사람이 없었고 다들 착하고 열심히 한 현장이다.
-박지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센스가 좋은 친구다. (아역 이후) 성인이 되고 처음이니 오랜만에 연기를 한 거다.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센스있게 하더라. '형 이런 거 어려운 것 같다'고 하면 '나라면 이런 식도 해봤을 것 같아'라면서 대화를 나눴다. 받아들이는 센스가 좋다. 고영수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이거 하나는 얻어간다는 것이 있나.
▶기존에 못 느껴본 감정들? 디테일한 생각들을 이번 작품에서 많이 경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워낙 혼자 생각이 많다. 책임감이랄까.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있으면 육체적으로도 지치는데 이번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힘든 것보다 어떻게 해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잘 하지? 그런 고민의 연속이었다. 연기에 대해 더욱 깊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파당'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글들, 좋은 댓글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꽃파당'이 시청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큰 뜻이나 메시지가 있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길 바랐는데 그렇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댓글을 보다 보면 안 좋은 반응도 나올 수 있지만, 최대한 상처를 안 받으려고 한다.
-작품 공백기가 없는 편이다.
▶나는 작품을 쉬는 시간이 굉장히 공허하다. 매일 하는 걸 안 하게 되면 아무리 편한 공간에 있어도 마음이 좋지 않다. 이번에는 바로 작품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는 힘들어도 멘탈은 되게 괜찮다. 물론 캐릭터를 바꾸는 과정이 어렵긴 하지만. 일을 많이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다. 조바심을 느껴서 다작을 한 건 아니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스물넷 김민재는 어떻게 지금을 보내고 있나.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건 무조건 재미있는 걸 하자는 거다. 이유가 없다. 재미가 이유고, 지금 제일 재미있는 건 '낭만닥터 김사부'다.
▶나도 그 점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초반에 준비하는 과정은 힘든데 찍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과 방송으로 볼 때의 재미가 좋아서 하게 되는 것 같다.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 힘들 거다.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다 힘든 것 아닐까. 안 힘든 게 이상한 것 같다.
-평소의 마인드 컨트롤은.
▶잘 못 한다. 컨트롤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힘들면 힘든 대로 음악 듣는다. 힘든 순간을 회피하려 하기도 하고. 하다 하다 안 되면 술도 마시고, 그러다가 울기도 하고. (웃음) 그러다 보면 해소도 된다. 주변에 많이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다. 다 힘든데 내가 힘든 걸 이야기해봤자 아닌가. 어느 정도는 도와줄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건 타인에 의해서 풀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어느 단계에 있는 것 같은가.
▶예전에는 처음에 데뷔했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니까 너무 신나기는 한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어떻게 나의 신남을 표현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한 루트는 찾은 것 같다. 그런 루트를 토대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좋은 것들을 배워서 표현하고 싶다. 멋있는 선배와도 작품 많이 하고 싶고 좋은 감독님하고도 많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