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 모두가 함께 지켜봤다. 유재석 드럼 비트의 놀라운 나비효과를. '놀면 뭐하니?'가 선보인 '유플래쉬' 나비효과의 그 끝은 고(故) 신해철의 미발표곡이었다. 올해는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지 5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그 5주기에 맞춰 미발표곡을 공개하게 된 '유플래쉬' 특집. 나비효과가 불러온, 뜻밖의 무대를 보여준 '놀면 뭐하니?'의 기획력에 다시 한 번 시청자들도 놀랐다.
지난 19일 오후 6시30분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플래쉬 드럼 독주회'가 공개됐다. 유재석은 드럼 독주회 11일을 남겨두고 체리필터 드러머 손스타와 맹연습에 돌입했다. 유재석의 드럼 비트를 시작으로 '놀면 뭐해?' '눈치' '날 괴롭혀줘+못한 게 아니고' '헷갈려'까지 뮤지션들이 릴레이로 완성한 네 개 곡을 짧은 시간 안에 드럼으로 연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유재석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 필인은 쉽지 않았고, 박자를 맞추기도 여간 쉽지 않았다.
유재석은 드럼 스틱이 다 닳을 정도로 연습했다. 독주회 당일에도 유재석의 벼락치기는 계속됐고, 급기야 그는 첫 리허설을 앞두고 "모르겠다, 모르겠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무대 한 가운데 놓인 드럼을 보고 유재석은 걱정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리허설에서 실수가 계속되자 유재석은 얼어 붙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드럼 솔로가 어디서 들어가고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기도 했다. 손스타는 그런 그를 안정시키며 박자를 맞출 수 있도록 도왔다.
유재석은 링고 스타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형광색 슈트를 입고 등장, '유고스타'로 변신해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유희열은 "재석아 예뻐. 남가좌동에 이모님 사시는데 똑같다"고 놀렸다. 시청자들이 객석을 꽉 채운 가운데 첫 무대가 갑작스럽게 시작되고 유재석은 황급히 바쁘게 무대에 올라가 침착하게 비트를 찾아갔다. 순간 무대가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고, 불기둥도 솟았다. 다소 과한 무대 효과에 유재석은 당황해 웃음을 안겼다.
'놀면 뭐해?' 무대에서 유재석은 현란한 비트를 이어가다 중간에 관객 호응도 유도하는 등 여유로운 무대 매너까지 보여줬다. '눈치' 무대에선 폴킴, 헤이즈, 픽보이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고, '날 괴롭혀줘+못한 게 아니고' 무대에선 드러머 이상민-기타리스트 한상원-기타 보컬 황소윤-키보디스트 프로듀서 닥스킴-작곡 보컬 수민-피아니스트 윤석철이 함께 했다. '헷갈려' 무대에선 자이언티의 감미로운 음색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유재석의 무대는 뮤지션들의 감탄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이적은 "드럼 독주회가 가능할까 했는데 화면 보니까 너무 멋있다. 지나치게 멋있다"며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드러머"라고 칭찬했고, 뮤지는 "스네어 치다가 심벌을 치고 다음 박자 들어가는 게 중요한데 그걸 보면서 연습을 오래 했다는 게 보였다"고 극찬했다. 유희열은 "비트의 조물주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상민은 "솔직하게 얘기해서 유재석에게 드럼을 치시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방송 말미, 유희열은 "반갑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하더라"고 소개하며 제작진과 유재석이 준비한 스페셜 무대가 있다고 알렸다. 그 스페셜 무대는 '마왕' 신해철의 미발표곡인 '아버지와 나 파트3'였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다 똑같은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서 아버지를 어릴 때부터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다"는, 그리운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재석은 단정한 슈트를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해철의 미발표곡 무대, 유재석의 드럼 비트로 시작된 프로젝트, '유플래쉬'의 끝이었다.